‘한가족’과 다름없던 대우전자와 하이마트의 사이가 급격히 벌어지고 있다.
대우전자가 3300억원의 장기미수매출채권에 대한 변제요청을 거부한 하이마트를 상대로 최근 법원에 예금계좌 가압류 신청을 내면서 그동안 수면하에 잠복해 있던 양사의 갈등이 법적분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대우전자 장기형 사장은 24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긴급 담화문을 통해 “하이마트가 당사의 정당한 채무 이행 요청에 대해 무리한 탕감을 요구할 뿐 아니라 지난 4일자로 느닷없이 대우전자 제품의 사입을 거부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함에 따라 부득이 법적 대응을 강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양사의 긴밀한 협력은 양사의 발전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라고 전제, “하지만 3300억원의 장기미수채권을 변제받는 것은 회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기에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해결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하이마트측은 “대우전자가 무리한 채무이행 요구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대우전자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태에 대해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결별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같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우전자에서 98년 1월 분사한 이후 3년여 만에 국내 최대 전자양판점으로 성장한 하이마트는 대우전자와 ‘한뿌리 집안’이라는 이미지를 지우고 ‘홀로서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왔으며 이에 대해 하이마트를 ‘한식구’처럼 믿고 의지해왔던 대우전자는 적잖은 배신감을 느껴왔던 게 사실이다.
◇갈등의 배경=그간 공생관계를 유지해 온 양사의 관계가 이처럼 악화된 것은 대우전자와 채권단이 지난해 10월 매각을 통해 경영의 조기 정상화 계획을 내놓으면서 하이마트의 부채를 처리하는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기 때문.
대우전자는 10월 현재 하이마트에 대해 3300억원의 장기미수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명백히 물품거래에서 발생한 상사채권(물품대금)으로 전문회계법인에서도 검증한 사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하이마트측은 대우전자에 의한 손실 보상 및 국내영업 이관시 이자 미부과 합의 내용을 들어 3300억원에 대한 이자를 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시말해 대우전자가 주장하는 3300억원의 장기미수채권은 인정할 수 없으며 변제해야 할 물품미수 대금은 600억원에 불과하다는 게 하이마트측의 얘기다.
현재 대우전자는 하이마트의 주거래은행인 국민은행 예금계좌를 법원에 가압류하는 서류를 접수했으며 이에 하이마트는 주거래은행을 다른 곳으로 바꾸기로 결정한 가운데 법적 대응 준비에 착수했다.
◇전망=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발단은 단순히 3000억원의 물품대금을 둘러싼 다툼이라기 보다는 최근 본격화되고 있는 대우전자의 매각과 관련 한푼이라도 비싼 가격에 내놓으려는 대우전자의 입장과 매각에 앞서 독자경영체제로 가려는 하이마트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발생한 필연적인 결과라는 견해가 유력시되고 있다.
사실 하이마트는 양판점 체제로 전환하면서 대우전자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을 추진해왔다. 대우전자의 경쟁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로부터 공급받는 물량을 점차 늘려가면서 대우전자 제품의 판매비중을 서서히 줄여왔던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이에 대우전자도 하이마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국내영업조직을 새로 구축해 내수 영업을 강화하려했으나 하이마트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따라서 양사의 갈등이 법적 공방으로 확전될 경우 양사 모두 엄청난 손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장 기업 이미지 손상은 물론 나아가 영업에 막대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번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갈등의 골이 깊어질 때로 깊어진 양사의 관계가 쉽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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