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제4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WTO 사상 처음으로 전자상거래 관련 의제가 다뤄진다. 이번 각료회의는 다자간협상의 모태인 지난 74년 우루과이라운드(UR)에 이어 뉴라운드(신다자간협상)으로 불리는 만큼 공산품 외에 농업과 서비스 분야 개방이 핵심이지만 처음 의제로 등장한 △디지털 전송물의 무관세 연장 △정보격차 해소 등 이사회별로 논의되고 있는 전자상거래 관련 이슈에 대한 합의도 비상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상품·서비스 시장의 개방과 교류 확대를 목표로 하는 WTO가 상품도 서비스도 아닌 새로운 전자상거래를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심의 초점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도하 각료회의에서는 전자상거래 관련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사회별로 다양한 전자상거래 관련 문제들을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다자간협상을 벌일 만큼 구체적이지 못한 데다 이사회간 의견조차 다르거나 대립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서는 구체적인 합의보다 포괄적인 선언에 그치고 다음 주요 의제에 대한 논의는 5차 회의로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각료회의에서 다뤄질 전자상거래 관련 주요 의제로는 △디지털 전송물의 무관세 연장 △정보격차 해소 △최종소비지 △도메인네임 △디지털 전송물이 서비스냐 상품이냐 하는 분류문제 등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전송물의 무관세 연장=상품이사회에서 논의 중인 디지털 전송물의 무관세 연장 여부는 일단 연장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8년 각료회의 때 미국 측의 주장에 따라 디지털 전송물에 한해 4차까지 한시적으로 무관세에 합의한 상품이사회는 이번에도 오는 2003년까지 이를 연장하는 데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디지털 전송물 무관세에 반대하는 입장도 만만찮다. 똑같은 디지털콘텐츠임에도 온라인으로 전송될 경우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고 CD와 같은 하드웨어에 담겨지는 경우에는 관세가 부과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특히 디지털콘텐츠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이 온라인 전송 방식에 무관세 연장을 주장하는 것을 주요 수입국들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상품이냐 서비스냐=이번 회의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의제다. 도하 회의가 서비스 시장 개방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디지털콘텐츠를 상품으로 보느냐, 서비스로 보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상품이사회는 디지털콘텐츠가 상품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서비스이사회는 서비스라고 반박하면서 각기 자기 분야에서 이 문제를 다루겠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 문제는 이번 회의에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일부 전문가들은 디지털콘텐츠는 WTO의 분류 기준으로는 상품도 서비스도 아닌 제3의 교역대상이라고 주장하면서 전자상거래에 대응한 새로운 통상체제를 마련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최종소비지=국경을 마음대로 넘나드는 디지털콘텐츠의 소비세 과세문제는 올해 최대의 이슈로 부상했다. 이를 담당하고 있는 서비스이사회는 상품이사회와 디지털콘텐츠 분류문제에 매달려 아직 최종소비지를 어디로 정하느냐에 대한 입장을 정리조차 못하고 있다. 이문제 역시 계속 검토한다는 선언 속에 묻혀 차기 회의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최종소비지와 관련해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초 다자간협상을 통해 ‘소비가 행해진 장소에서 과세한다’는 기존 소비지 과세 원칙을 적용한다는 데 합의했지만 세부 적용문제에서는 여전히 논쟁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도메인네임=인터넷 등장 이후 가장 말썽이 많은 도메인네임 분쟁은 아직도 원만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각국 법원에서는 도메인네임을 기존 상표권의 범주로 간주하는 뚜렷한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판례는 법원마다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이에 따라 세계 인터넷기구에서는 도메인네임 분쟁처리지침을 만드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다자간합의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상표권을 다루는 서비스이사회 역시 이 문제에 대한 합의를 이번 회의에서 이끌어내지 못할 것으로 보이며 차기 회의로 미뤄질 전망이다.
◇정보격차 해소=무역개발위원회에서는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다각적인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지침이나 방침을 도출해내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이번 각료회의에서는 세계 각국이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한다는 정도의 합의를 선언문에 포함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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