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세계 3대 전자강국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의 전자산업 관련정책은 이같은 요소를 상정하지 못한 채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중국을 국내보다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대신 생산할 수 있는 대체 생산기지, 아니면 방대한 내수 잠재력을 가진 거대 시장쯤으로 보고 수출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극히 초보적인 수준에서 정부 전자관련 정책이 추진돼 왔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이제는 국내 전자산업정책 전반을 전면 재조정해야 할 때가 왔다. 중국이 지금까지는 주요 수출 대상국 중의 하나라는 위치에서 벗어나 우리 전자산업의 주력이 활동하는 무대로 급변했고 중국 자체가 우리의 제2 내수시장이 됐기 때문이다. 즉 국내 전자산업정책의 변수위치에 머물던 중국이 이제는 전자산업정책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상수로 떠오른 것이다.
전문가들이 꼽는 최우선순위는 중국으로 넘어간 국내 산업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차세대 유망 품목의 개발이다. 현재는 가전 및 부품, 일부 정보통신기기가 중국으로 넘어갔으나 반도체·이동통신기기 등 국가 전략산업마저 중국으로 생산기지 및 연구개발센터가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
따라서 국내 전자산업육성 총괄 책무를 부여받고 있는 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과학기술부 등 유관 정부부처가 한 데 힘을 모아 21세기 디지털 IT산업을 리드해 나갈 국가 동량 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 범부처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
우리나라 전자·정보통신산업을 짊어지고 나갈 품목으로 전문가들이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보는 분야는 제4세대 정보통신시스템, 텔레매틱스, e페이퍼, MEMS, 포스트PC, 바이오 반도체, 나노테크놀로지 등 다양하다.
특히 이들 품목의 경우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범국가적인 종합육성 프로젝트를 수립, 지금부터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우리가 현재 중국에 비해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반도체, TFT LCD, 디지털가전, 휴대형 정보통신기기 등 기존 제품의 국제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지원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는 것도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주장하는 대목이다.
차세대 전자·정보통신기기의 경우 국제 통용 규격 제정 등 국가간 협력이 긴밀이 요구되는 부문이 많기 때문에 정부가 이같은 국제협력 기반조성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
아울러 세계 유력 IT기업들이 안심하고 우리나라에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전자정보제품 전문제조업체(EMS) 등을 적극 유치, 우리나라가 세계 전자생산 대국으로 자리잡아 가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 전자업계의 일치된 주장이다.
나아가 현지에 진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국내 중견·중소기업들이 현지에서 안심하고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속적이고 세심한 정책적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이긴 하지만 중국에 진출한 우리 업체들은 현지업체와 차별적 대우, 수출강요, 과실송금규제 등 여러가지 제약요소로 경영에 애로를 겪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기업은 현지 진출한 업체를 그대로 방치하지 말고 정부가 이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주는 노력에 경주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나아가 정부부처에 산재한 중국관련 정책 전문가 풀을 만들어 급증하고 있는 중국과의 통상마찰을 해소하는 방안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특히 ‘마늘분쟁’ 등 지엽적인 문제로 휴대폰 등 수출 주력상품의 수출이 제약받도록 하는 통상협상 자세를 하루속히 털어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5년 전 업비트서 580억 암호화폐 탈취…경찰 “북한 해킹조직 소행”
-
2
LG이노텍, 고대호 전무 등 임원 6명 인사…“사업 경쟁력 강화”
-
3
AI돌봄로봇 '효돌', 벤처창업혁신조달상품 선정...조달청 벤처나라 입점
-
4
롯데렌탈 “지분 매각 제안받았으나, 결정된 바 없다”
-
5
'아이폰 중 가장 얇은' 아이폰17 에어, 구매 시 고려해야 할 3가지 사항은?
-
6
美-中, “핵무기 사용 결정, AI 아닌 인간이 내려야”
-
7
삼성메디슨, 2년 연속 최대 매출 가시화…AI기업 도약 속도
-
8
美 한인갱단, '소녀상 모욕' 소말리 응징 예고...“미국 올 생각 접어”
-
9
아주대, GIST와 초저전압 고감도 전자피부 개발…헬스케어 혁신 기대
-
10
국내 SW산업 44조원으로 성장했지만…해외진출 기업은 3%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