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도체산업의 적자

 그동안 한국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에 견인차 역할을 하던 반도체산업이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흑자를 내던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까지 지난 3분기에 엄청난 액수의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계속된 반도체가격 폭락의 여파로 D램 등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38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같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적자는 다른 업체들과 비교하면 적은 금액이다. 2위인 마이크론이 1조2700억원이고 하이닉스도 531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대표적 수익기업인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적자는 가뜩이나 어려운 수출감소와 이로 인한 한국경제의 침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되는 일이다. 더욱 반도체는 우리 수출증대에 효자 노릇을 한 제품이다. 수출전망이 더 어둡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하이닉스반도체의 비메모리반도체 공장 해외매각을 놓고 논의가 한창이다. 하이닉스는 반도체 부문 매각을 통해 1조원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일부 공장을 중국에 매각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겠다는 방침이다. 공장 매각을 놓고도 고부가가치산업인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기술을 해외에 넘기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반대하는 측과 어떤 형태로든 빨리 구조조정의 단안을 내려 하이닉스 사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려 있다.

 반도체업계는 하루빨리 경기가 회복돼 제품가격이 올라가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와는 반대다. 미국의 테러 참극과 보복전쟁 여파로 미국·유럽·일본 등의 경제회복이 내년 말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주류다. 반도체 조사기관인 IDC도 내년 반도체시장은 올해보다 7% 감소될 것이며 내년 중반기 이후에나 경기가 차츰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 추세로 보면 올해 말 크리스마스 특수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이다. 자칫 불황과 가격하락이 지속되면 메이저업체 가운데 한두 곳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관건은 반도체업체들이 이런 악조건 속에서 반도체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기업경영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느냐다.

 이미 반도체업계는 나름대로 초긴축경영과 고강도 구조조정, 그리고 생산량 감축, 회사채 발행 등의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따라서 지속적인 경기불황과 제품가격 하락, 자금난 등에 대비해 장기적인 경영전략을 재수립하고 이를 하나씩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그동안 잠잠하던 감산 논의도 신중히 검토해볼 사안이다. 감산이 쉬운 일은 아니나 생존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본다.

 다음으로는 신규수요를 창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본란에서 누차 지적한 것처럼 국가적인 차원에서 반도체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고부가산업군 개발에 나서야 할 것이다. 반도체산업이 무한정 고부가가치산업으로서 가치를 인정받는 데는 한계가 있다. 대체 고부가가치산업군 개발은 필수적이다.

 반도체업계에서는 메모리 위주의 생산구조를 비메모리 위주로 전환하는 등 수익구조 개선에 나서야 한다.

 지금 세계 반도체업체들은 살아남기 위한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외국의 기업간 합병도 논의 중이고 일부 업체는 누적적자가 심화되자 제품을 원가 이하로 판매하는 한계영업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은 기존의 모든 경영전략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고 이를 근간으로 생존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시장확대를 위한 수출전략 재수립과 주력 상품군의 전환으로 수익구조를 개선, 부단한 구조조정만이 지금의 반도체산업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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