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남북경협 네트워크

 ◆최신림 다산알투비컨설팅 대표 srchoi@dasanr2b.com

 

 남북경협은 매우 복잡한 현상으로 국민적 합의를 요구하거나 지극히 정치적인 판단을 필요로 할 때가 많다. 그리고 관련 시장은 이제 형성되기 시작하는 과정에 있고 충분한 경험도 없으며 수익모델도 정립되지 못한 상태에서 많은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거나 모색하고 있다. 예컨대 현단계의 남북경협은 많은 참여자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질서를 형성해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남북경협을 효율적으로 추진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각 참여주체들이 서로 정보를 전달하고 공유하며, 부단히 접촉하고 협의해 나감으로써 행동준칙 및 전략을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과제는 참여자들이 다양하고 폭넓게 연결되는 네트워크를 활성화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

 정상적인 시장경제에서는 신규 참여자라 할지라도 경제활동에 필요한 정보를 어떻게 획득하고 자금을 어디서 조달하는가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은 지니고 있다. 그리고 경제활동을 실제 수행함과 더불어 제도화된 것이건 아니건 일정한 네트워크 체계 속으로 편입되고, 또 그러한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주체로 기능한다. 그러나 남북경협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남북경협 네트워크는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했으며 지극히 불완전하다. 새로운 참여자들은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고서야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고 네트워크 속으로 들어갔다 하더라도 사업에 수반되는 거래비용을 별로 줄이지 못한다. 이와 같은 네트워크 형성 및 활성화의 초기단계에는 무엇보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네트워크는 일종의 인프라스트럭처로서 이의 형성 초기에는 개별 기업이 부담 능력을 갖지 못한다. 또한 일정 수준 이상 확대돼야 소기의 효과를 발현할 수 있다. 남북경협의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해당 주체들이 담당할 일이지만 그것이 활성화되기까지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남북경협과 관련한 정부의 핵심적 역할의 하나는 시장의 실패와 시스템의 실패를 보정하는 데 있으며 이와 관련한 정책의 중심에 네트워크의 활성화가 위치해야 한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최근 들어 남북한 사이에 IT 분야 교류협력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남북경협에 있어서도 이제는 IT가 중심에 서서 주도하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IT 분야 남북경협의 진전은 우리 정부 및 기업이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기울였고, 북한 측도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데 연유한다 할 것이나 ‘통일IT포럼’과 같은 단체가 네트워크의 기능을 일정하게 수행했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IT 분야의 남북경협이 앞으로도 계속 발전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네트워크의 기능이 더욱 확충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테면 ‘통일IT포럼’과 같은 단체의 역할이 계속 확대되고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IT 분야 남북경협의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실시해야 함은 당연하다 할 수 있다. 정부가 마땅히 맡아야 할 일, 곧 시장의 실패와 시스템의 실패를 보정하는 일을 이를 통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의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이나 단체가 자체 역량을 다지는 일일 것이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IT 분야 역시 남북경협의 질서를 이제 형성해나가는 단계에 있다.

 수익모델을 놓고 이야기하자면 다른 분야보다 오히려 열악한 여건에 있다 할 것이다. 이런 상황일수록 IT 분야 남북경협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도록 하는 부단한 접촉과 협의가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의 역할을 어떻게 구분해 설정하고,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목표와 단기적이고 미시적인 목표 사이의 상충관계를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이런 접촉과 논의를 통해 참여자들의 행동 준칙을 확립하는 일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네트워크의 기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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