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바이오行` 러시-"차세대 성장칩 생명공학 잡아라"

 대기업들이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떠오르는 생명공학사업에 경쟁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 연구실 창업기업이 주류를 이루던 바이오산업계에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LG·삼성·SK 등 대그룹은 물론 제일제당·한화·금호·대상·대한제당·두산 등 재계 수위의 업체들은 생명공학사업을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선정, 대대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하는 것은 물론 연구인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특히 자사의 기존 사업 중 생명공학사업과 연계가 강한 부분을 특성화하는 방법으로 바이오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바이오산업 진출에 열을 올리는 것은 정보기술(IT)산업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는 데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완성에 공헌한 셀렐라지노믹스 등 바이오벤처기업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등 인간 생명과 유관한 사업이 성장성이 높다는 분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세계 유수의 IT기업인 IBM·컴팩·HP·모토로라 등이 바이오산업 진출을 선언한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LG그룹은 화학계열 지주회사인 LGCI를 중심으로 생명공학사업을 집중 육성하기로 하고 오는 2005년까지 총 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퀴놀린계 항생제 등 주력 유전공학제품에 대한 생산설비 확충에 나섰으며 최근 동물의약품 공장을 준공하기도 했다.

 SK그룹은 SK케미컬과 SK(주)·SK제약·SK글로벌 등이 바이오산업의 핵심 계열사로 포진해 있다. SK(주)는 유망 바이오벤처를 선별, 제넥셀을 비롯해 프로테옴텍·지노첵·제노마인·에트나진택에 지분을 투자하고 신약 개발 공동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또 SK글로벌은 자궁경부암 칩을 개발한 바이오매드랩과 제휴하고 국내외 마케팅에 나섰으며, SK케미컬은 자체적으로 신약 개발에 들어가는 한편 백신과 혈액제제 전문업체인 동신제약 지분 21.4%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다.

 삼성그룹은 삼성정밀화학·삼성종합기술원·삼성SDS·삼성SDI·삼성생명과학연구소·삼성의료원·삼성전자 등 7개 계열사가 바이오산업 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삼성종합기술원은 질병진단 목적의 DNA칩과 바이오 마이크로 머신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삼성SDS는 바이오시스템 통합과 바이오 정보처리 및 컨설팅으로 방향을 설정했다. 삼성SDS는 특히 DNA칩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통합패키지 ‘유니바이오’를 개발, 바이오인포매틱스 분야에서 입지를 강화할 전략이다.

 제일제당은 올초부터 생명과학연구소 인력을 대폭 보강하고 미생물 발효기술과 최첨단 생명공학기술을 접목해 고부가가치 바이오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라이신 및 핵산부문(IMP·GMP)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등에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제일제당은 최근 서울대에 바이오밸리를 구축하고 유망 바이오벤처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수화학은 연초 연세대와 조인트벤처인 페타젠을 설립하고 향후 5년 이내 1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 코오롱은 지난 6월 미국 메릴랜드주에 설립한 바이오벤처기업 티슈진을 통해 인체의 관절연골과 손상된 인대 등을 재생시킬 수 있는 유전자치료제 ‘티슈진’를 개발하는 등 생명공학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솔케미언스는 바이오벤처에 지분참여 방식으로, 대한제당은 지난 7월 연세의료원 암전이센터와 공동으로 바이오벤처기업 아이씨젠을 설립하는 형태로, 한화석유화학은 최근 중앙연구소에 바이오기초기술센터를 설립하고 국내외 바이오기술 보유 회사들과 전략적 제휴를 병행하는 형태로 각각 바이오사업에 진출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어느 분야에 주력하나

 LGCI·삼성정밀화학·SK케미컬·이수화학 등 화학 관련 업체들은 정밀화학소재 개발인력과 연구시설을 활용해 제약 분야 바이오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의약품인 항암제·항감염제·항응혈제·항생제 등 자체 개발한 신약 개발 후보물질 중 성공 가능성이 높은 품목에 연구개발을 치중하고 있으며 앞으로 농화학과 동물의약 분야로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제일제당·대한제당·대상·두산·삼양사 등 식품 대기업들은 미생물과 발효기술의 노하우를 바이오산업에 활용해 식품뿐 아니라 의약품·화장품 등과 관련된 바이오사업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자체 연구소를 강화하는 한편 대학·병원 등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R&D 아웃소싱에 이용하는 등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 중이다.

 종근당·중외제약·태평양제약·현대약품·동아제약 등 제약사들은 최근 유전공학을 이용한 신약 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단독 바이오법인을 설립하거나 유망 바이오업체를 발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SK글로벌 등 수출입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는 종합상사는 강점인 마케팅과 영업력을 내세워 바이오벤처들에 대한 투자와 제휴를 통해 유망상품 판매권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바이오 시장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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