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과 일본에서 ‘무세제 세탁기’ 논쟁이 한창이다.
대우전자와 일본 산요전기가 각각 출시한 무세제 세탁기에 대해 경쟁상대인 세탁기 제조업체들은 물론 세제업체들도 ‘세탁 효용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 문제가 양국에서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이번 논쟁의 핵심은 ‘과연 세제없이 물로만 빨래가 가능한가’에 모아진다.
그래서인지 이번 무세제 세탁기 논쟁에는 과거와 달리 동종업계인 세탁기 제조업체들이 한발 물러선 가운데 세제업체들이 전면에 나섰다.
최근 수년 동안 세제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세제없이 물로만 세탁하는 무세제 세탁기마저 등장함으로써 세제업체들이 가장 큰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9일 대우전자가 무세제 세탁기 ‘마이더스’를 발표하자 LG생활건강·애경산업·제일제당 등 국내 세제 3사는 즉시 이 제품의 세탁 효용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세제 3사는 이에 그치지 않고 한국비누세제공업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대책모임을 갖고 대우전자의 무세제 세탁기에 대해 세탁력 실험에 착수키로 했다.
이에 대우전자측은 기다렸다는 듯 “세탁력 실험을 환영한다”고 전제, “하지만 세제업계가 단독으로 할 것이 아니라 대우전자와 함께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주요 백화점과 하이마트·할인점 등 유통점에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제품 시연회를 통해 예약판매를 실시하고 있는 대우전자는 이번 세제업계와의 논쟁이 마케팅 효과 측면에서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을 것으로 보고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이같은 무세제 세탁기 논쟁은 한국보다 일본이 한발 앞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 8월초 산요전기가 무세제 세탁기를 출시하자 카오·라이온 등 25개 세제업체로 구성된 일본비누세제공업회는 기자회견을 갖고 “무세제 세탁기는 때를 제대로 뺄 수 없다”며 독자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산요전기측도 즉각 반론 기자회견을 열고 “웬만한 때는 물만으로도 제거된다”고 공업회의 주장을 일축했다. 또한 소비자들 가운데 90%가 이 세탁기에 만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산요전기측은 덧붙였다.
이처럼 한국과 일본에서 거의 비슷한 시기에 전개되는 무세제 세탁기 논쟁에 대해 전문가들은 “때의 정의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의 차이”라면서 “양측이 때의 정의를 통일한 후 같은 조건에서 함께 테스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소비자들이 이 제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지금까지는 무세제 세탁기에 대해 호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요전자측의 자료에 따르면 이 세탁기는 판매가격이 11만8000(7㎏)∼12만8000(8㎏)엔으로 동급 모델보다 제법 값이 나감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어 시판 두 달여 만에 3만여대가 팔렸다는 것. 이는 이 회사의 지난해 같은 기간 일반 세탁기보다 55% 정도 많이 판매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우전자의 무세제 세탁기 마이더스는 일반 세탁기보다 30만∼40만원 정도 비싼 가격대에 출시됐지만 소비자들로부터 제품 문의가 쇄도하는 등 벌써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대우전자측은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양측이 모두 인정하는 비교실험결과가 나왔을 때 소비자들의 반응이 어떻게 변화할지 세탁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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