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텔레콤 주가 `기싸움`

 국내 대표주식인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의 ‘기’싸움이 치열하다. 그동안 반도체 경기악화로 고전했던 삼성전자가 최근 외국인 매수 등으로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미국 테러사태 이후 안정된 주식 이미지를 심으며 선전했던 SK텔레콤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주말 삼성전자는 미국의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예상외의 강세(4.29% 상승)를 보이며 한달여만에 17만원대에 재진입했다. 이에 비해 최근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컸던 SK텔레콤은 6000원(2.50%) 하락한 23만4000원으로 마감됐다. 따라서 지난주 한때 2조원 안팎까지 좁혀졌던 양사간의 시가총액도 5조원 가까이 벌어졌다. 21일 현재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의 시가총액은 각각 25조7258억원, 20조8617억원이다.

 증시전문가들은 삼성전자는 ‘낙폭과대와 D램 경기회복’이라는 재료가 부각된 반면 SK텔레콤은 ‘단기상승과 외국인지분보유비중’이 부담스러워지면서 삼성전자 ‘강세’, SK텔레콤 ‘약세’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3일 연중최저가인 13만4000원까지 밀리면서 국가대표 주식의 자존심을 잃었지만 낙폭과대라는 호재가 부각됐다. 이후 주가가 상승하며 17만원까지 회복했지만 연중최고가인 24만6000원(4월 19일)보다는 31.9%나 빠진 상태다. 특히 국내증시의 키를 쥐고 있는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매수에 적극적이었다. 외국인들은 지난주 삼성전자 주식 48만주(799억원)를 순매수했다. 주초 6만3000여주를 순매도한 것을 제외하면 한주 내내 주식을 사들였으며, 주말에만 32만주를 순매수했다.

 반도체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임홍빈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D램 수요가 예상보다 호전되고 공급물량도 줄어들어 내년 하반기 반도체 경기 회복 가능성이 있다”며 “D램 경기악화에 대한 악재는 주가에 상당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텔레콤도 지난 한주 선전했다. 22만9500원으로 시작, 23만4000원으로 마감됐다. 외국인도 633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 주말 주가가 박스권 상단인 24만원에서 일시적으로 꺾이기는 했지만 통신서비스 애널리스트들의 ‘낙관적’ 시각에는 변함이 없다.

 정승교 LG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신서비스주들이 실적개선 등으로 4분기 정보기술(IT)주를 주도할 것”이라며 “이중에서도 무선데이터 부문의 고성장이 예상되는 SK텔레콤의 투자매력도 가장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인지분보유 상황이 부담스럽다. 미국의 테러쇼크 이후 ‘외풍’에 안정적인 SK텔레콤의 매수에 적극적이었던 외국인들의 보유주식(47.85%)이 외국인지분율보유한도(49%)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의 외국인 매수세가 외국인지분보유한도가 없는 삼성전자로 이전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지난 한주만으로 투자자들이 SK텔레콤을 팔고 삼성전자를 살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의 본격적인 기세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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