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경영>글로벌 파일(29)러시아, IMF 차관 조기상환 추진

 러시아는 최근 만기일 이전에 대규모 해외 부채의 일부를 조기 상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러시아 정부가 이 계획을 실행할 경우 러시아의 재정 상태는 상당히 호전되고 해결하지 못한 경제 문제에 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 통계에 의하면 1600억달러의 막대한 부채 중에서 러시아 정부가 2003년까지 상환해야 할 부채 규모는 올해 상환해야 할 146억달러를 포함해 188억달러다. 지난 11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재정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2003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IMF 차관 48억달러 중 27억달러를 조기에 상환할 것을 제안했다.

 IMF 차관의 일부를 조기 상환할 경우 금융 시장을 발전시키고 경제적 충격을 견딜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될 것이다. 러시아가 차관의 일부를 조기 상환하는 데에서 얻는 이익 이상을 얻을 수 있다. IMF가 러시아의 나머지 차관의 이자를 경감해 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IMF는 확실히 재원이 필요하다. IMF가 현재 자산 부족 위기 상태는 아니지만 IMF의 가장 큰 두 채무국인 아르헨티나와 터키가 상당한 차관을 요청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침체가 심화될 경우 많은 다른 국가가 IMF 기금을 필요로 할 것이므로 러시아의 조기 상환으로 수십억달러를 확보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현재 부채를 최소화함으로써 러시아는 향후 재정적 위기에 봉착할 경우 IMF 신용 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므로 러시아는 이 상황에서 이득을 얻을 것이다.

 러시아는 현재 IMF 차관을 상환할 여유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작년 많은 재정 흑자를 기록했으며 중앙 은행 외환 보유고는 러시아 역사상 최고 수준인 384억달러다. 이것은 러시아 전체 IMF 차관 120억달러를 상환하고도 남는다.

 물론 러시아의 제안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 푸틴의 미국 테러리즘에 대한 전쟁 지원은 서방 자본주의 국가에 매우 좋게 받아들여졌다. 러시아가 냉전 시대의 수사로 회귀하는 대신에 국제적 해결 노력의 일원이 된 것에 대해 러시아의 주요 채권국이 환영하는 상황에서 부채 삭감 또는 이자 재협상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

 푸틴은 현재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려는 러시아의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국제 사회의 선의를 이용하려고 한다. 많은 국가가 부채 일부를 탕감해 줄 가능성이 밝아 보인다. 차관의 조기 상환은 정부의 재정 수지 이상으로 영향을 미친다.

 러시아 정부의 재정 활동은 러시아 경제 전체에 대한 신용 등급에 영향을 미친다. 러시아 정부가 차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사를 먼저 나서서 밝히고 금년 초에 했던 것처럼 국제 사회에 부채 탕감을 강요하지 않을 경우 정부와 민간 부문을 포함하여 전체 러시아 경제의 대외 차입 비용이 줄어들 것이다.

 신용 평가기관은 러시아 정부가 채무 상환 의무를 수용하게 됨에 따라 서서히 러시아의 신용 등급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그 결과는 지속적인 개선 사이클을 유지할 것이다. 조기에 부채를 상환함으로써 러시아가 국제적 신뢰를 쌓아갈 때 차관 조건은 완화될 것이며 경제적 신장이 커질 수 있고 그 결과로 더 많은 조세 수입이 증가하고 더 많은 부채 상환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경우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2002년 러시아의 예산안은 배럴당 22달러의 원유 가격에서 발생하는 수입 추정치를 기준으로 작성됐다. 러시아산 원유는 현재 배럴당 2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대부분의 러시아 수출 상품과 함께 원유 가격은 세계 경제 침체로 인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원유 가격이 장기간 18달러 이하를 유지할 경우, 그럴 가능성이 커보이는데, 러시아는 예산의 상당량을 삭감하거나 새로운 재원을 찾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승욱부장 sw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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