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N업계 영토확장 `잰걸음`

 

 부가가치통신망(VAN) 선두사업자들의 신규 수종사업 발굴노력이 활발하다. VAN사업의 특성상 이용자층을 대상으로 강력한 네트워크 구축이 가능한데다 해당 분야에서 다년간 축적해 온 노하우를 관련 신규사업 개척에 십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분야별 주요 VAN업체들을 중심으로 한 이같은 행보는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가져온 초기 환경적 위협을 극복하고 최근에는 오히려 공격적인 사업확장의 발판을 마련해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배경=한국정보통신·한국무역정보통신·데이콤 등 각각 금융·무역·유통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VAN사업자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비교적 큰 시장규모나 진입장벽 등의 이유로 이들은 해당 분야의 전자문서교환(EDI) 서비스에서 그동안 독보적인 지위를 누려왔던 게 사실. 인터넷이 대중적인 통신기반으로 등장하면서는 ‘폐쇄형’ 통신환경인 VAN을 순식간에 몰아낼 것이라는 성급한 인식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인터넷에 의한 시장잠식은 당초 우려만큼 크지 않았고, VAN사들도 인터넷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면서 시장변화에 대응해왔다. 특히 분야별 선두 VAN사들이 보유한 강고한 고객사 커뮤니티는 오히려 사업확대의 발판을 제공하면서 최근 들어 빛을 발하고 있다. 인터넷 사업의 출발이 충성도 높은 커뮤니티 구축이고 이를 ‘포털’로 진화시켰던 추세를 보면 VAN사들은 이미 그 기반을 갖추고 있던 셈이다. 무역정보통신 한학희 팀장은 “예전엔 미처 몰랐던 VAN사업의 회원사와 서비스 가치가 엄청난 잠재력이 되고 있다”면서 “향후 인터넷 대중화 시대에는 위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추세=한국정보통신(대표 류예동 http://www.kicc.co.kr)은 신용카드조회 등 금융VAN 시장에서 수년간 선두자리를 지켜왔던 지위를 업고 최근 온라인복권, 교통카드, 가맹점 정보서비스 사업 등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이 회사는 한국과학재단이 주관하는 사이버복권 발행위탁사업자로 선정돼 내년부터 연간 100억원 가까운 수수료 수입을 기대하고 있다. 또 국제도로기기 등 4개 서울시 공영주차장 사업자와 공동으로 메트로카드라는 주차카드 운영업체를 설립, 부산 하나로카드에 이어 서울시 교통카드 사업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7월에는 액센츄어와 공동으로 76만개에 달하는 회원 가맹점 정보제공 전문업체인 한국정보거래소(대표 함광선)를 설립, 온라인 정보서비스 사업을 신규 개척중이다. 이같은 사업확장을 통해 한국정보통신은 현재 매출의 70% 이상에 달하는 신용카드 조회부문의 수익기반을 신규 사업영역으로 점진적으로 분산시킬 계획이다.

 무역EDI 지정사업자인 한국무역정보통신(대표 이상렬 http://www.ktnet.co.kr)은 무역업체·관세사·선사·은행·보험사 등 현재 3만8400여개에 달하는 회원사를 기반으로 종합 전자무역서비스 제공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한일 전자무역 네트워크 구축사업이나 동아시아 5개국과 공동 추진중인 e트레이드허브 구축사업, 이달중 개통할 전자무역포털인 사이버트레이드월드(http://www.ctradeworld.com) 등이 이같은 계획의 실천전략이다. 무역정보통신은 특히 연말께는 일본 미쓰비시상사·신일본제철·도쿄은행 및 국내 현대자동차·외환은행을 대상으로 전자무역 실거래를 유도한 뒤 내년부터는 국내외 기업들에 확대할 계획이다.

 유통산업 최대의 EDI사업자인 데이콤은 현재 5000개 가까운 유통·제조업체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각종 공급망관리(SCM)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9월초부터 한국물류·유니레버·유한킴벌리 등에 협업설계예측보충(CPFR) 서비스를 개통한 데 이어 전 회원사에 전자세금계산서도 추가할 계획이다. 또 최근에는 판매정보서비스(PDS)사업에 착수하고 업종 공동 e마켓 구축사업에도 참여키로 하는 등 유통산업내에서 다각적인 사업확충을 추진중이다.

 한국정보통신 박한식 이사는 “기존 VAN사업자들이 인터넷 환경을 적극 수용해가면서 그동안 쌓아왔던 EDI사업의 노하우는 결코 무시 못할 장점”이라면서 “VAN 수수료 중심의 수익기반도 점진적으로 다각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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