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명저>현대인의 소외

 -프리츠 파펜하임 지음 -문예출판사 펴냄

 

 “오직 소수의 사람들만이 공공생활에 관심을 갖는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우리의 해석이 어떠한 것이든, 우리나라는 사활이 걸린 결정에 직면했으며 나라의 생명 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다고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시기에도 우리들의 관심사는 오직 개인적 문제뿐인 듯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중략> 일단 이와 같이 공공의 풍기가 붕괴되기 시작하면, 정치 사회는 활력의 근원을 잃는다. 이렇게 되면 이미 사회의 복지와 사회의 요구에 대한 참된 관심도 없으며 사회의 법적 질서에 대한 ‘내면적’ 존경심도 없다. 처벌에 대한 공포는 흔히 비겁자와 ‘계집애 같은 사내’의 소심함이라고 비웃음을 받거니와 이러한 처벌에 대한 공포가 준법사회의 외관을 유지하는 유일한 힘이 된다. 따라서 앞에서 말한 과학적 연구에서 분석된 모든 특수한 요인보다는 정치 사회로부터의 인간 소외가 법을 지키지 않는 현재의 상태를 만들어 내는 더 큰 원인이다.”

 메모: 오늘날 법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법치국가 국민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넘어서는 안될 마지노선인가, 아니면 언제나 변경할 수 있고 적당히 이용 가능한 조문(條文)일 뿐인가. 법의 권위에 대한 이같은 질문에 대해 세태(世態)는 불행히도 후자를 택하고 있는 듯하다. 교묘히 법망을 피하거나 법의 정신이나 목적을 내팽개친 채 법을 이용하는 무리들, 그리고 법을 그대로 지키는 것은 한낱 바보 같은 짓이라는 시각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빚어지는 것일까.

 그 대답의 하나로 등장한 것이 바로 ‘정치 사회로부터의 소외’다. 사실 현실정치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결코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치’가 아니다. 그건 단지 발림성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아버렸다. ‘정치야말로 최우선개혁의 대상’이라는 말이 저자거리에 뒹군 것은 또 얼마나 오래됐던가. 게다가 국민 스스로 자신들은 정치의 수단에 불과하며 자신들의 염원과 요구는 헤아림을 받지 못한다고 여긴다. 이런 그들에게 과연 누가 사회의 법적 질서와 공공의 문제에 무관심하다고 비난할 수 있을지. 입법기관이 법의 권위를 갉아먹는 진원지가 되지 않길 바란다.

 

 

 <양혜경기자 hkya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