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세계무역센터가 폭파되고 나서 미국은 자국 정보기관들의 정보력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첩보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CIA나 FBI의 명성도 함께 무너져 내렸다. 그러나 미국의 한 언론은 그 테러사건을 ‘정보전의 실패’가 아니라 ‘상상력의 실패’라고 주장했다.
사실 미국 정보기관들은 ‘9·11사건’이 발생하기 오래 전부터 이들 테러조직에 대해 많은 정보를 입수했으며 그들의 활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설마 그같은 방법의 자살테러가 일어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세계는 지금 역사상 유례없는 이상한 전쟁을 목격하고 있다. 전선도 없고 눈에 보이는 적군도 없고 때와 장소도 정해져 있지 않다. 작금에 미국의 몇몇 지역에서 탄저균(炭疽菌)이 우편으로 배달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생화학 무기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아직 물리적인 피해는 미미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으나 심리적인 불안과 공포심이 확산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국제사회는 1972년에 생물무기의 사용은 물론 연구·개발까지 금지하는 생물무기협정(BWC)을 비준해 미국·러시아 등 143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무법자들에게 이러한 조약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테러리스트들은 보통사람들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수법을 동원한다는 것이 밝혀진 이상 생물테러에 대비한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응급처치시스템 구축 등 적극적인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인 자구책이 아닐까.
지난 6월에 미국의 3개 주에서 세균전에 대비한 연방정부의 예방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가상훈련을 실시했는데, 가짜 ‘천연두 바이러스’를 살포하고 나서 2주내에 1만6000명이 감염되고 6000명이 사망하거나 치명적인 상태로 평가됐다고 한다. 거미줄 같이 정보망으로 얽혀 있는 지구촌에서 남의 나라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더 이상 ‘강건너 불’이 아니다. 특히 얼마 남지 않은 월드컵 행사를 앞두고 있는 우리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국가적 대응시스템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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