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more`s Night ‘Minstrels And Ballads’
예전에 국내에서 있었던 일이다.
꽤 유명했던 헤비메탈 밴드의 보컬리스트가 어느날 스포츠 스타와 전격 결혼을 했다. 얼마뒤 그는 샤우팅 창법을 구사하는 록 보컬리스트에서 트로트 가수가 되었다. 이를 두고 록 마니아들은 변질되었다느니 배반했다느니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메탈음악에 대한 이 나라의 척박한 환경을 탓했다. ‘생활인’이 되어버린 그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었다고 말이다. 필자는 그 ‘슬픈 현실’을 인정하기보다는 그것은 단지 ‘사랑의 힘’이었노라 말하고 싶다.
리치 블랙모어라는 기타리스트가 있다. 그 유명한 딥 퍼플과 레인보우의 기타리스트로서 록의 명곡인 ‘Smoke On The Water’를 만든 장본인이다.
그런 그가 어느날 캔디스 나이트라는 여성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그는 아마추어 보컬리스트였던 캔디스 나이트와 대화를 나누다가 중세음악을 좋아한다는 공통분모를 찾아냈다. 그들은 중세풍의 어쿠스틱 음악을 하기로 했고 블랙모어스 나이트(Blackmore’s Night)라는 프로젝트 듀오를 결성했다.
이들이 내놓은 98년 데뷔앨범 ‘Shadow Of The Moon’은 하드록 기타리스트인 리치 블랙모어가 만든 앨범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한 발라드 앨범이었다.
그는 밴드시절에 바로크풍의 음악을 들려주곤 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보여주기는 처음이었다. 팬들은 이 앨범을 두고 일회성에 불과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듬해 ‘Under A Violet Moon’에 이어 올해 3집 ‘Fires At Midnight’를 발표하면서 예상을 빗나갔다.
그들의 사랑은 상당한 결속력을 갖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번에 발매된 ‘Minstrels And Ballads’는 그들이 내놓은 3장의 앨범에서 정수만을 모은 것이다. 너무나 유명한 민요인 ‘Greensleeves’를 비롯해 프랑스의 민요인 ‘Fool`s Garden’, 영국의 헨리 8세의 아내였던 캐서린 하워드에 관한 곡인 ‘Catherine Howard`s Fate’ 등이 수록돼 있다.
또한 스웨덴그룹 레드넥스(Rednex)의 곡인 ‘Wish You Were Here’, 아트록그룹 르네상스의 명곡인 ‘Ocean Gypsy’, 그리고 밥 딜런 원곡의 ‘The Times They Are A Changin’ 등 리메이크 곡도 있다. 그리고 리치 블랙모어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기타 연주곡들이 있는데 ‘Dutch Den Wald Zum Bach Haus’ ‘Fayre Thee Well’ 등은 중세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얼마전 이들의 뮤직비디오를 보았는데 예전의 공격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른 딥 퍼플 멤버들은 아직도 밴드를 유지하며 ‘Smoke On The Water’를 부르지만, 그는 어쿠스틱 기타 한대로 연주를 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캔디스 나이트가 있다. 그래서 그는 행복해 보였다.
<팝 칼럼니스트·드라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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