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중국 협상 어떻게 될까?

 하이닉스반도체의 일부 반도체 일관생산라인(FAB)에 대한 인수협상을 진행중인 중국·대만계 컨소시엄 관계자들이 이번주중 방한, 이천·청주·구미공장에 대한 실사작업을 벌이기로 하면서 양측이 어떤 협상카드를 내놓을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이닉스측은 “아직 초기 단계의 실사 수준이고 정해진 바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중국이 D램 설비와 기술, 그리고 인력에 대해 관심을 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D램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하이닉스로서는 경쟁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에 핵심기술을 모두 내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밀고 당기는 협상전이 예상된다.

반면 증권시장 분석가들은 신규투자 유치가 필수적인 하이닉스로서는 중국측이 전향적인 조건만 내놓는다면 기술 및 인력지원 등의 요구도 받아들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측 무얼 원할까=현재 5인치 1.0미크론급 이상의 공정기술이 평균인 중국으로서는 하이닉스의 8인치 0.18미크론급 D램 설비 및 설계기술, 인력이 가장 구미에 당기는 인수조건일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실사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중국 수도철강(쇼우강)그룹은 일본 NEC와 합작, 설립한 화하(화샤)반도체를 통해 최근 6인치 0.56∼1.2미크론급 공정기술을 갖추고 월 3000장 규모로 양산을 시작했기 때문에 선두그룹과의 격차를 줄이려면 하이닉스의 기술지원이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NEC가 최근 경기악화를 들어 대중국 투자를 다소 늦추고 있는 상황인데다 이번 실사단에 베이징시 관계자와 칭화대학 교수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볼 때 하이닉스의 중국진출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도 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닉스의 협상카드=하이닉스가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밝힌 협상 내용은 1∼2개의 잉여 메모리 및 비메모리 생산라인을 매각하는 정도다.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중국측 카드에 따라 기술이전과 인력지원에 대해서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닉스는 파장을 최소화하는 방안에서 1차로 비메모리 제품을 생산중인 구미라인 일부를 매각하는 것을 적극 검토중이나 중국측 조건인 D램 기술이전을 위해서는 이천과 청주에 있는 D램 라인을 포함시켜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업계 관측통들은 노후 D램 라인 양도를 하이닉스가 내놓을 적극적 카드가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비메모리 라인으로 전환하려다 신규투자가 어려워지면서 중단된 이천과 청주 라인이 그 대상이 될 가능성 역시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전망 및 파장=하이닉스는 실사가 이뤄지고도 협상의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적당한 조건만 갖춰진다면 생산설비를 매각하겠다는 당초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또 채권단이 공동관리에 들어가고 3500억원에 달하는 전환사채(CB)를 운영자금으로 바꿔 사용하기로 했지만 금융권으로부터의 신규투자 확보가 계속 지연되는 상황인 점을 감안할 때 하이닉스로서는 중국측 제안을 가급적 수용하려는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하이닉스가 잉여 생산설비를 매각하는 것은 기업 회생 차원에서 긍정적”이라며 하이닉스의 손을 들어주고 있어 이번 협상이 어떤 형태로든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하이닉스가 이번 협상에서 0.18미크론급의 8인치 웨이퍼 설계 및 공정기술과 인력을 넘겨준다면 반도체 분야에 대대적으로 투자를 감행하고 있는 중국이 한국은 물론 미국의 선진업체들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D램 관련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가게 되면 아직까지도 D램 위주의 산업구조를 가진 국내 반도체 산업은 존립기반마저 흔들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이닉스가 ‘국익’이라는 대의명분과 ‘자체 회생’이라는 생존과제에서 어떤 합의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하이닉스-하이닉스 협상안 예상 시나리오

 비고=중국=하이닉스

 협상목표=D램 기술이전 및 인력지원=잉여설비 매각을 통한 신규자금 확보

 1안=구미 비메모리 라인 인수=0.25미크론급 D램 기술 일부 지원

 2안=이천·청주 노후 D램 시설 인수=0.18미크론급 D램 기술 일부 지원

 3안=잉여시설 전량 인수 및 하이닉스의 중국진출 지원=0.18미크론 및 8인치 기술과 인력지원 가능

 *비고:중국 컨소시엄이나 하이닉스가 밝힌 내용이 아니라 예상안임.

 

 ◇하이닉스반도체 생산라인 현황

 공장=라인수=주요 생산품목=공정기술

 이천=5개=D램 2개·비메모리 2개·혼용(D램 및 비메모리)라인 1개=0.18미크론(블루칩 기술로 0.15미크론 적용 D램 내년 상반기 양산) 주력

 청주=5개=D램 3개·비메모리 1개·혼용라인 1개=0.18∼0.25미크론 주력

 구미=2개=비메모리 2개(MCU·LDI·파운드리)=0.25∼0.5미크론 주력

 미국(유진)=1개=256M SD램 생산 준비중=연말까지 0.15미크론 양산체계 갖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