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지의 대기업들도 완벽하게 구현하기 어렵다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연 매출 1조원 남짓한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가 본사와 전국 공장·연구소에 ERP를 성공적으로 가동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가는 기업혁신은 무엇보다 사람과 조직의 ‘변화관리’를 일관되게 추진해야 합니다. 그리고 변화관리는 최고경영층의 의지와 전직원들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꾸준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만도 최고정보책임자(CIO)이자 경영기획실장인 윤상화 전무(50)가 지난 5년간 각종 사내 정보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터득한 원칙이다. 만도는 이달 초부터 경기 군포시의 본사와 제동시스템 생산기지인 평택, 조향시스템 생산공장인 문막, 현가시스템의 익산, 모듈화 공장인 영인 등 전사적인 범위로 ERP 적용을 확대했다. 최근 들어서는 만도의 성공사례를 배우러 국내외 대기업체 관계자들이 탐방하는 경우도 잦다. 윤 전무는 “만도가 디지털기업으로 변신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면서 “지난 수년간 경영진과 전직원들이 합심해 교육·면담·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이 IMF사태를 예감하지 못하고 호황에 들 떠 있던 지난 95년 당시, 만도는 5개년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면서 핵심과제로 정보화를 상정했다. 정보화가 향후 전통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란 예측을 한발 앞서 한 셈이다. 만도는 지난 96년 그룹웨어를 도입한 이후, 상품개발관리(PDM)·인사관리(HR)·생산시점관리(POP) 등 다양한 정보시스템들을 기업 현장에 적용해 왔다. 지난 97년 구 한라그룹이 부도나고 IMF 한파가 몰아닥칠 때에도 5개년 정보화 전략은 변함이 없었다. 당시 기획실장과 CIO를 겸임하면서 정보화를 진두지휘했던 윤 전무는 “정보화를 향한 전사적인 노력이 어쩌면 만도를 이른 시일내 우량기업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고 회상했다. 지난 97년 그룹 지급보증으로 위기에 몰린 만도는 불과 3년 만인 지난해 흑자기업으로 변신했고, GM·포드·다임러크라이슬러 등 세계 완성차 빅3 모두에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는 유일한 업체로 성장했다.
윤 전무는 만도를 통해 자타가 공인하는 정보화 성과를 일궈냈지만, 그래도 힘겨운 고민이 남아있다고 고백한다. “지금까지는 사내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정보화를 추진했지만 이제 우리만 잘하면 소용없습니다. e비즈니스가 기업간 협업을 통해 전통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협력사들도 함께 따라줘야 하는 것입니다.” 그는 자동차 업종을 비롯한 제조업 전반의 e비즈니스 확산이 만도를 실질적인 디지털기업으로 끌어 올릴 수 있는 여건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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