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iztoday.com=본지특약] 해커하면 정부의 컴퓨터망에 침입해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웹 사이트를 망가뜨리는 철없는 10대 소년을 흔히 떠올리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컴퓨터가 널리 보급돼 일상적인 도구로 자리잡으면서 해커 사회도 눈에 띄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해킹 수법이 과격하지 않고 법을 준수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과거와 다른 점은 여성 해커들이 부쩍 늘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미국의 유명한 컴퓨터 보안 전문기관인 SANS연구소(sans.org)의 앨런 폴러 이사는 “해킹이 청소년들이나 하는 일로 치부되던 시대는 지났으며 이제는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로 일반화됐다”고 지적했다.
여성 해커의 증가는 해커에 대한 시각을 과거에 비해 곱게 만들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여성은 컴퓨터를 이용한 야만적인 행위보다 컴퓨터 보안에 더 관심이 많아 사이버 공간의 ‘약탈자’보다는 ‘경찰관’이 되기를 원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SANS연구소와 같은 기관들이 운영하는 컴퓨터 보안 교육과정에 참여한 여성의 비율은 지난 3년간 무려 3배나 증가했다. 매년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해커들의 대축제인 ‘데프콘’에 참가하는 여성도 크게 늘고 있다.
게토 해커스 클럽의 여성 해커 브레이즌(23)은 “해킹을 하는 여성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며 “이는 컴퓨터가 일상 생활의 하나로 뿌리내리면서 파괴적인 목적이 아니라 유익한 목적으로 해킹을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갖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커들간에 자웅을 겨루는 한마당인 ‘캡처 더 플래그(Capture The Flag)’ 대회에서 3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게토 해커스 클럽은 여성친화적인 해킹 그룹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열여섯살 때부터 컴퓨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브레이즌은 “남자 해커들과 겨루더라도 뒤질 것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데프콘에 참가한 다른 여성들도 호기심이라면 브레이즌에 뒤지지 않는다. 워싱턴DC에서 온 25세의 네트워크엔지니어 레이븐 앨더는 컴퓨터 네트워크에 대한 공부를 퍼즐 풀기에 비유했다. 그녀는 해킹을 하면 “마치 의사가 되어 난치병을 고치는 듯한 묘한 느낌을 받는다”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기쁨을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데프콘 회의에서 기술과 관련한 발표를 한 적이 있는 앨더는 올해 행사에서 시스템 운영자들이 해커를 추적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래밍 툴에 대해 설명했다. 그녀는 데프콘에 참가하는 이유에 대해 “일각에서 여성의 기술력이 남성에 비해 모자란다는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록 여성 해커의 수가 아직 적은 편이고 데프콘 회의에 참가한 여성의 대다수가 청소년들이었지만 데프콘 참가자 중 여성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해킹 세계가 얼마나 급변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나타낸다.
여성 해커라고 해서 악의적인 행동을 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세계적인 백신 개발업체 시만텍(symantec.com)의 사라 고든 수석연구원은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여성들이 최근 몇년간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고든 연구원은 그러나 “여성 해커들은 바이러스를 통한 파괴보다는 프로그램 개발과정 자체에 관심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90년대 초의 이른바 ‘해킹 황금기’에 해커라는 말은 미지의 컴퓨터 세계를 상대로 ‘지적인 도전’을 일삼는 고도의 기술력을 가진 프로그래머를 의미했다. 당시 해커들은 주기적으로 컴퓨터 시스템에 침입하곤 했지만 피해를 입히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러나 해킹 문화는 90년대 말에 들어서면서부터 일부 해커들이 악의적인 해킹을 저지르면서 변질되기 시작했다. ‘크래커(cracker)’로도 불렸던 이들 때문에 해커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뀌게 됐다.
오늘날 많은 해커들이 순수했던 과거의 해킹 문화를 복원하는 작업에 매달리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데프콘의 창설자인 제프 모스는 “5년 전에 해커였던 사람들이 이제는 모두 보안 컨설턴트로 변신했다”고 말했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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