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감독이 만든 여자들의 이야기.
‘고양이를 부탁해’는 지금껏 한국영화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스무살 여자들의 평범한 삶을 그려낸다.
감독은 애완동물이면서도 여전히 야생동물의 습성을 지닌 고양이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빗대어 갓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와 마주하기 시작한 스무살 여자들의 불안하고 불분명한 성장기를 그려낸다.
‘고양이를 부탁해’는 주변적이고 일상적인 삶 속에 스며드는 사건과 다양한 감성의 기운을 솔직하면서도 세밀하게 이끌어냄으로써 이 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시각과 평가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섹스 말고도 궁금한 것이 많다’는 영화의 홍보 문구처럼 그동안 ‘여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이 성(性)의 카테고리나 다분히 상업성에 기반을 둔 영화적인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면 이 작품은 여자감독이 만들 수 있는 ‘최선의 의도’가 단연 돋보인다.
인천에 있는 여상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선 다섯 친구들이 있다.
이 가운데 혜주는 서울에 있는 증권회사에 취직해 열심히 일하며 성공을 꿈꾼다. 때론 마음속에서 단짝 친구들이 뒷전으로 물러나기도 하지만 사회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대학을 나오지 않은 그녀가 증권회사란 전쟁터에서 살아남기는 그리 쉽지 않다. 자신의 말 한마디에 달려오는 남자 친구도 있지만 그녀의 꿈을 만족시켜주기엔 모자란 상대라고 느낀다.
부모 없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다 무너져가는 판잣집에 사는 지영. 텍스타일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꿈꾸지만 변변한 직장 하나 구할 수 없는 그녀의 현실은 탈출을 꿈꾸기엔 너무나 각박하다.
맥반석 찜질방을 하는 집안 일을 도우며 뇌성마비 시인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태희. 그녀는 시인을 세심하게 보살펴 주지만 금전 지상주의를 내세우는 가족에겐 불만이 많다.
어머니가 화교인 쌍둥이 온조와 비류는 둘이서 액세서리 노점상을 하며 즐겁게 살지만 할머니는 여전히 그들을 가족으로 여기지 않는다.
영화는 이 다섯 친구들이 졸업을 하고 사회에 나가면서 변화되는 그들의 관계와 꿈, 야망을 절묘한 균형감각으로 담아낸다.
그들을 둘러싼 환경은 이들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그것은 때로 절친한 친구 사이에서 묘한 불협화음을 만들며 좌절감을 이끌어내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들의 스무살은 꿈이 있어 아름답고 경쾌하다.
‘고양이를 부탁해’는 신인 감독다운 발랄함과 함께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줄 아는 역량이 퍼즐을 맞춰가듯 신선한 매력으로 공감대를 일궈내는 영화다.
<영화평론가 yongjuu@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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