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대와 3세대의 이동전화 서비스 로밍에 대해 관련업계가 찬반 양론으로 갈려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런 논쟁의 발단은 관련업계가 정책 해석을 서로 달리한 데서 비롯된 것 같다. 그것은 얼마 전 정통부 장관이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 참석해 “2세대, 3세대 이동통신간 로밍을 의무화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내용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이같은 발언은 그동안 2세대와 3세대 이동전화 서비스는 당연히 로밍이 의무적이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이동전화 서비스 사업자들에 생소한 것이었다.
일부 이동전화 사업자들이 “무슨 소리냐”며 들고 일어선 듯하고 또 일부 이동전화 사업자와 장비제조업체들은 정부의 입장에 대해 환영을 보내면서 업계가 양분되고 있는 분위기다.
자사의 이해에 따라 입장이 나뉘는 것은 관련업체의 속성상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그것이 오래 가면 소모적이어서 좋을 게 없다.
돌이켜 보면 3세대 이동전화 서비스에서 로밍은 ‘기본’이었다. IMT2000은 당초 전세계가 하나의 방식으로 표준을 정해 세계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쉽게 통화를 하는 게 국제통신위원회의 목표였다. 그러나 각국의 이해가 엇갈리면서 단일 표준 채택을 보류하고 방식에 관계 없이 서로 로밍은 될 수 있도록 하자는 선에서 최종적으로 합의됐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그같은 국제통신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으며 이같은 상황에서 3세대 이동전화 사업자를 선정했다.
물론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표준방식 차이에 따른 로밍이 아니라 2세대와 3세대에서의 로밍이긴 하나 그것도 어찌보면 로밍이라는 대원칙에서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정부가 로밍 자율화 방침을 밝히자 관련업계가 정부의 입장이 바뀌었다고 해석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는 당초 “IMT2000사업자를 선정할 때 로밍을 의무화한 것이 아니라 의무화를 원칙으로 하도록 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부의 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
정부는 관련업계에서 해석하는 것처럼 당초의 입장이 바뀌었다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이유를 밝혀야 할 것이다.
로밍을 의무화하면 IMT2000서비스의 조기 실현이 어렵고 단말기 가격이 비싸진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또 로밍을 자율화하면 별도의 기지국 등을 설치함으로써 좁은 국토에서 중복투자 문제를 더 심화시킨다는 주장에 대해 정부의 명확한 해명이 있어야 하겠다.
3세대 서비스가 적어도 1년 가량 남아 있긴 하지만 제품개발에 걸리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정부의 정책은 하루라도 빨리 명확하게 해두는 것이 좋다.
아울러 정부는 이번에 입장을 밝힌 대로 로밍을 자율화하는 것으로 정했다면 그것이 국가 경제나 국민에게 얼마나 득이 되는 것인지도 이른 시일내에 밝혀야 한다.
그것이 일부이긴 하지만 정부가 특정 업체 입장을 대변해서 정책을 바꾼다는 의혹을 불식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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