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무엇인가-김태길 지음 -자유문학사 펴냄>
“인간을 존중하고 삶을 사랑하는 근본적인 마음가짐이 없이는 ‘경로’라는 말은 공허한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 일반에 대한 공경심이 없이 노인만을 공경하는 일이, 주로 뒤를 돌아보며 살았던 옛날에는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만 보고 달리는 현대인의 정서로서는, 인간에 대한 존경과 사랑 없이, 노인만을 공경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늙음 그 자체는 공경의 대상이기보다도 기피의 대상으로서 다가오는 것이 현대인의 심정이다. 늙음이 단순히 남의 문제가 아니라 머지않아 다가올 나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길 때, 우리는 남의 늙음에 대해서도 이해와 사랑을 보낼 수 있게 된다. ‘늙음’, 그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나’ 자신의 문제다. ‘나’의 문제인 까닭에 나 자신이 풀어야 하며, ‘나’의 문제는 ‘나’만의 문제가 아닌 까닭에 다른 사람들의 노후문제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과 사랑을 기울여야 한다. 우선 ‘늙음’을 직시하고 정면에서 대결하는 용기가 앞서야 할 것이다.”
메모: 혈연을 매개로 한 가족관계의 붕괴를 상징하듯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타이틀을 단 사건·사고들이 심심지 않게 신문지면에 등장하거나 방송을 타고 있다. 극히 일부의 일을 확대 해석하는 게 아닐까 싶지만 그게 우리 모두의 일일 수도 있어 모른 체 외면할 수 없다. 추석을 전후해 조상의 묘소를 돌보는 후손들의 분주해진 손길을 바라보면서, 그 묘소를 어루만지는 손길만큼 ‘살아 있는’ 웃어른들을 헤아리는 마음씀씀이도 함께 깊어졌음하는 바람을 갖게 된다.
늙고 싶지 않고, 버림받고 싶지 않고, 잃고 싶지 않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늙어가고 잊혀져가며 뭔가를 떠나보내야 하는 것이 사람살이라면 아등바등 붙잡으려 몸부림치기보다 차라리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흘려보내는 자세가 아쉽다고나 할까. 먼저 세월을 살아버린 어른들 삶의 행로를 우리 역시 벗어날 수 없다면 그분들이 걸어가는 길이, 그분들에게 얹혀져 가는 세월의 더께와 ‘검버섯’이 어찌 우리 각자와 무관하랴. 그분들 속에 깃든 나의 얼굴, 나의 모습을 때론 측은지심(惻隱之心)으로 감싸안는 것이 바로 자신과 타인, 곧 인간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길임을 모두들 기억했음 싶다. ‘늙음’은 곧 ‘나’의 문제이므로.
<양혜경기자 hk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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