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합리적인 물류 인프라에 대한 고민은 상거래 행위가 가상공간에서 행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미처 하지 못했던 시절에도 계속 진행돼온 사안이다. 특히 거래행위가 국경을 넘어서 ‘무역’으로 발전하면서 이와 관련된 물류 인프라 개선 범위는 단순히 ‘물자 이동’ 그 자체에 국한되지 않고 무역에 필요한 통관·결제 등 모든 절차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됐다. 즉 무역에 있어 물류는 기업간 인프라, 정부와 자국내 기업, 정부와 정부간 모든 행위를 아우르는 의미다.
물류는 한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지표며, 곧 도래할 전자무역 시대의 ‘서비스 수준’을 가름하는 중요한 잣대다. 계약이 체결된 이후 궁극적으로 제품의 납품이 얼마나 ‘빠르고 간편하고 안전하게’ 처리되는가 하는 점이야말로 전자무역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보다 전자상거래(EC) 환경이 잘 갖춰져 있고 마인드가 앞서 있다는 국가들을 살펴보면 수 백여개에 이르는 e마켓 대신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물류업체가 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류는 국내 물류와 수출입 물류로 나눌 수 있다. 자국내 기업간 거래에서는 국내 운송 인프라의 경쟁력만 따지면 되지만 무역이나 앞으로 등장하게 될 전자무역에서는 글로벌 운송 수단의 경쟁력을 포함한 각종 수출입 업무의 경쟁력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
우선 국내 물류를 맡고 있는 대한통운·한진택배·현대택배 등 주요 육상 운송업체들은 ‘사이버물류’ 체제를 갖추기 위한 준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기업대기업간(B2C) 상거래 사업자가 다수 등장함에 따라 이 시장을 겨냥한 택배 전문업체들도 잇달아 나타났다.
사이버물류 서비스는 상거래가 발생하면 인터넷으로 배송의뢰 데이터를 즉시 전송받아 고객에게 물품을 전달하는 체제다. 여기서 기업의 재고관리나 위치추적을 통해 물자이동에 관한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는 등 물류에 관한 일체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결국 이같은 사이버물류 서비스는 물류정보가 서비스사업자들의 물류 시스템과 사업자 및 운송사업자 시스템에 모두 연동됨에 따라 서비스가 고도화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 국가 물류 인프라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요인이다.
전자무역과 직접 관련된 수출입 물류 서비스는 종전의 VAN을 이용한 전자문서교환(EDI) 서비스가 웹 기반으로 전환되는 것을 기본 축으로 발전하고 있다. 한국무역정보통신이나 한국물류정보통신 등이 제공해온 EDI서비스는 수출입에 필요한 통관 업무를 비롯해 화주와 물류업체간 주문에 따라 각종 문서를 전화나 팩스 대신 온라인으로 전송하는 것으로 이제는 그 방식이 인터넷 기반으로 전환되면서 서비스가 고도화되고 있다.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과 같은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물류업체들은 인터넷에 기반한 자체 물류시스템을 개발, 화주와 견적의뢰를 전화나 팩스가 아닌 인터넷으로 처리하고 화주가 직접 물자이동에 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제를 갖추기 위해 여념이 없다.
특히 이들은 시장 자체가 글로벌 범위이기 때문에 국경을 넘어선 공동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전세계 해운사들이 모여 만든 GT넥서스나 인트라와 같은 해운e마켓은 기업(화주)과 선사가 개별적으로 맺어온 해상수송과 관련된 각종 정보교환 네트워크에 대해 인터넷을 기반으로 단일체제를 갖추었다.
이런 변화에 맞춰 국내 EDI 분야의 양대 기업이라 할 수 있는 한국무역정보통신이나 한국물류정보통신도 웹기반 EDI서비스 제공에서 나아가 물류 e마켓을 설립, 기업이 물류에 관한 공통 데이터를 보다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 전자무역의 부각으로 국내 모든 물류업체들의 공통 인프라가 필요함에 따라 산자부는 물류 e마켓 구축을 위한 그랜드컨소시엄을 선정, 물류B2B시범을 추진하고 있다. 무역자동화망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무역정보통신이 주관해 추진하고 있는 컨소시엄은 ‘e로지스프레임’이란 물류 e마켓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궁극적으로 국내 업종 e마켓들은 e로지스프레임과 연동돼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진 계약에 따라 물자 수송의 각종 업무가 처리된다. 물론 이런 인프라는 궁극적으로 글로벌 e마켓이나 다국적 기업들이 연합해 만든 e마켓과 연동도 필수사항이다.
그러나 물류에 관련돼 있는 전 영역에서 전자무역 시대에 대비한 노력이 이처럼 진행되고 있어도 수출입에 정부 각 기관이 밀접히 연관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가 전체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정부가 지금까지 구축한 각종 물류정보시스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즉 단일한 표준화와 시스템간 연계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
지난 7월 감사원이 밝힌 ‘국가물류체계 구축사업 추진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국가 종합물류정보전산망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97년부터 화물운송정보시스템(CVO)·수출입물류정보시스템·인터넷EDI시스템 등을 운용하고 있으나 개별 시스템간 연계 및 통합이 추진되지 않아 실제 이용률은 극히 저조한 상태로 밝혀졌다.
종합물류정보전산망의 수출입일괄민원서비스는 통관·금융·보험 등 다른 전산망과 연계되지 않고 있으며, 화물추적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출입물류정보시스템 역시 해양수산부의 항만운영정보시스템 및 철도청의 철도운영정보시스템과 연계되지 않아 실시간 화물위치추적서비스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이런 사례는 결국 각 부처가 아무리 그럴듯한 물류산업 발전방안을 마련한다 해도 전체 물류 프로세스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수출입 물류든 국내 물류이든 궁극적으로 민간기업들의 재고나 창고관리 등 내부 인프라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만큼 물류 인프라 개선에 대한 민간기업들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국내 물류합리화 추진과정
정부가 물류 인프라 개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SOC기획단을 발족, 수출입 화물에 대한 유통 현황을 조사했다. 6개월간 가동된 작업반에서 제출한 ‘수출입 유통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국내 수출입에 필요한 관련 서류가 355개에 이르고 있었다.
이런 결과를 토대로 정부는 92년 서류간소화작업에 나서 수출입관련 서류를 160개로 줄였다. 이 작업에는 수출입과 직접 관련된 관세청·재무부 등 정부부처를 비롯해 현대상선·한진해운·조양상선·부산터미널·대한통운·한국무역정보통신 등 국내 모든 물류업체가 참여했다.
이와 함께 수출용 화물을 관리하는 관세청이 통관EDI를 본격 가동하게 됐으며, 이어 93년 ‘통합물류모델작업반’이 가동되면서 ‘물류종합전산망’이 만들어졌다. 한편 이 과정에서 당시 해운항만청은 한국물류정보통신(KL넷)을 설립, 항만과 관련된 업무에 대해서는 독자 EDI서비스를 하기에 이르렀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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