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보통신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다 최근 발생한 미국 테러사태로 인해 올해 매출목표를 당초보다 크게 낮추는 등 보수경영쪽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당초 연내로 예상됐던 경기회복 시점이 내년 하반기까지로 늦춰질 것으로 보고 수출국 다변화, 기술개발 및 수출강화 등을 바탕으로 한 비상경영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사실은 전자신문사가 창간 19주년을 맞아 전자·정보통신업계가 현실을 정확히 파악, 내년 경영계획에 도움을 주기 위해 시장조사 전문회사인 리서치플러스연구소와 함께 지난 8월 14일부터 9월 19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국내 209개 주요 전자·정보통신업체 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2001·2002년 IT산업 환경 및 경기전망’에서 밝혀졌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주요 CEO들은 미국 테러사태 이전에 올해 전자·정보통신산업 성장률을 내수 20.2%, 수출 46.4% 수준의 적극적 성장세를 예상했었으나 테러사태 이후 올 성장률을 내수 17.8%, 수출성장률 20.1%로 당초보다 크게 낮추는 보수경영쪽으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당초 내년 상반기로 예상됐던 반도체 경기회복 전망도 전세계 경기회복시점이 전제돼야 한다는 쪽으로 변화하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비관적 전망의 주요인으로는 세계 경제 불황 및 침체 지속(54.8%), 중국에 비해 낮은 경쟁력(26.2%) 등으로 꼽았고 이같은 경기부진 장기화에 대비, 수출시장 개척(30.6%), 신제품 개발(26.3%), 사업다각화(14.8%), 기술투자 확대(12.4%) 등의 방식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이들 조사 대상 기업 CEO가 예상하는 2002년도 전자·정보통신산업의 성장률은 내수 14.3%, 수출 35.3%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내수시장의 경우 정보통신기기(58.9%), 가전(68.7%) 및 유통(71.7%) 등에서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 반면 SW·영상(8.3%), 반도체·부품(11.8%) 등이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수출시장에서는 2배 이상의 고속성장세가 예상되는 정보통신서비스 분야(103.8%)를 필두로 이동전화 중심의 정보통신기기(55.3%), 가전(46.8%), 산업전자(42.4%) 등이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조사에서 내년도 수출경기가 좋아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CEO의 비중은 1차 설문조사시 56.5%였으나 2차 조사 시점에선 69.4%로 크게 뛰어올라 CEO들이 내년도 경영을 수출위주로 전개할 것임을 보여주었다. 반면 2002년 내수시장을 낙관한 CEO들의 비중은 1차 조사시 56.9%였으나 2차 조사에서는 38.5%로 크게 떨어지는 등 내수시장 침체의 우려를 그대로 반영했다. 이와 달리 내수시장 경기를 낙관하는 CEO들은 정부의 구조조정, 경기 활성화, 월드컵 특수 및 국내 경기회복 등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기업의 CEO들은 또 우리 기업의 e비즈니스화 정도에 대해 IT분야에서는 선진국의 75% 수준, 전통산업에서는 60%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정부가 실시하는 보육단계의 벤처에 대한 지원정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이들 CEO 가운데 37.8%만이 성과가 있다고 밝혔으며 35.4%가 판단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여 정부의 벤처지원정책이 상대적으로 주요 전자·정보통신관련 CEO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중소기업 IT화를 위한 IMT사업자 출연금 지원에 대해서는 67.5%의 응답자가 실효있을 것이란 반응을 보이는 등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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