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아탈리 지음> <중앙M&B 펴냄>
“미래에 사람들은 네트워크에 소속되는 것을 으뜸가는 재산으로 여길 것이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가치의 주요한 몫을 차지하게 될 새로운 엘리트집단은 네트워크 설계자들과 특권적인 네트워크에 소속된 자들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많다. 중간계급에 속한 사람들은 자기들이 소속되어 있는 네트워크 수를 과시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런 과시적 행동의 징후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신용카드, 클럽카드, 회원권 등을 지갑에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기회가 생길 때마다 내보이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엘리트 집단이나 중간계급과는 달리, 새로운 빈곤층은 어떤 네트워크에도 소속되지 않은 사람들로 이루어질 것이다. 경제적인 약자, 외국인, 어린아이, 죽은 사람들, 다음 세대에 속할 사람들은 어떤 네트워크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다. 예전에 가난하다는 것은 가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지만, 미래의 가난은 소속되지 않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메모: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빈부(貧富)의 토대는 과연 어떻게 변화할까. 부유함과 가난함을 재는 척도의 다양성과 변화를 추적해보는 것은 흥미롭다. 돌이켜보면 전체적인 삶의 질, 곧 경제적 수준은 꾸준히 상향 평준화돼 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의 구별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소유물질의 많고 적음이 여전히 빈부를 가르는 척도로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이런 경향이 달라진다고 한다. 소유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소속된 네트워크의 많고 적음에 따라 빈곤층인지 아닌지 분류될 날도 머지 않았다고.
그래서일까. 인맥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그 자산가치에 대해서도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다. 그리고 인맥관리에 부산하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남들과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일이나 취미활동 등을 통해 종횡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창출하고 확대하면서 일종의 ‘자산관리’에 나서고 있다. 내가 아는 사람들의 면면과 내가 속한 네트워크의 특별함을 빌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몸짓들. 그렇지만 거미줄 같이 얽혀가는 네트워크 상의 나, 그 ‘나’ 속에 ‘진정한 나의 모습’이 어느 정도나 자리잡게 될지, 네트워크를 넓혀갈수록 ‘나의 진정성’이 쪼개지고 분리되며 점점 왜소해지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러워진다.
<양혜경기자 hk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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