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선 논설위원
지난 97년 39억달러에 불과했던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초로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또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빌렸던 돈을 지난 8월에 모두 상환하면서 3년 8개월여 동안 잃어버렸던 경제 주권도 되찾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로 촉발됐던 총체적 경제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 같지는 않다.
길고 험난한 터널을 빠져나온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나 외부 충격요인에 쉽게 흔들리는 허약한 체질을 바꾸지 못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금융·공공·기업·사회 등 4대 핵심 개혁프로젝트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아직도 미국이 기침하면 감기에 걸릴 정도라고 하니 갈 길이 멀다.
이러한 와중에 외국인 투자가 급감하고 있다니 걱정이다. 지난 7월에 이어 8월에도 외국인 직접투자가 줄어들었고 간접투자는 지난 5월 이후 4개월째 뒷걸음질치는 등 우리의 외국인 투자유치 목표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것은 우려되는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최근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외국인 투자동향에 따르면 8월중 외국인 직접투자액(신고 기준·잠정치)은 12억41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7.2%가 줄어들었다. 또 8월말까지의 외국인 직접투자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감소한 총 86억6100만달러에 그쳤다고 한다. 이는 당초 우리 정부가 목표로 잡았던 외국인 투자목표액(150억달러)의 57.7%에 불과한 금액이다.
더 큰 문제는 제조업 관련 투자가 급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월까지의 제조업 분야 투자유치액은 총 24억360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48억2700만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세계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전세계적으로 외국인투자가 감소하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지난 1월과 6월의 반짝 증가세를 제외하곤 매달 외자유치가 뒷걸음질치는 것은 우려되는 현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외자유입 감소가 투자위축은 물론이고 주식시장을 지지하는 외국인자본의 위축을 의미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우리 경제를 미궁으로 몰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환란위기를 극복한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던 외국인 투자가 이처럼 급감하게 된 것은 미국과 일본의 경기침체가 주요인이나 한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체감투자환경이 개선되지 않은 것도 한몫했다고 한다. 다시말해 정부정책의 일관성 부족, 불필요한 규제, 노동시장의 경직성, 불투명한 거래관행, 낮은 노동생산성과 고비용발생 구조 등으로 인해 외국인 투자가 급감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 외국인 투자유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세법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미 세계 최강국인 미국이 경기활성화를 위해 향후 11년동안 1조3500억달러에 이르는 세금을 감면키로 했으며 독일도 19.9∼48.5%인 소득세율을 2005년까지 15∼42%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일본은 지난 99년 소득세 최고세율을 50%에서 37%로 낮춘데 이어 세제 지원을 검토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에서 세금 부담을 덜어줄 방침이라고 한다.
물론 우리 정부도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세율인하 추세와 보조를 맞춰 나가고 있다. 법인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해 높지 않을 정도로 최근에 조정했으며 아울러 외국인투자지역 지정요건을 완화하고 외투기업에 고용보조금을 주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주지하다시피 외국인 직접투자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지난 80년부터 99년까지 외국인 직접투자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산업연구원 장윤종 박사는 “외국인 직접투자가 5개년 동안 지속적으로 1%씩 증가할 경우 5년동안 연평균으로 국내 총생산과 민간소비를 각각 0.06%, 설비투자를 0.21%, 건설투자를 0.08%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힐 정도다.
실제로 외국인 직접투자는 생산·고용 및 수출 증대, 기술력 확충, 안정적인 외환 확보, 기업·산업 구조조정 촉진 등 1석 5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유념해 외국인 투자유치를 촉진할 수 있는 다양한 견인책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k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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