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종합물류망(이하 종물망) 구축사업이 당초 예상한 실효를 거두지 못해 표류하고 있다. 건설교통부가 보관·운송·하역, 국내-수출입 등 제반 물류정보를 통합하기 위해 지난 96년부터 오는 2015년까지 20년간에 걸친 국가물류 개선과제로 선정, 올해로 만 5년째 이어가고 있지만 개별적인 시스템 개발이후 활용도를 찾지 못해 사실상 정체된 상태다. 지난 98년 상용서비스가 첫 개통됐지만, 정작 사용자층인 기업들이 종물망 사업의 결과물을 외면하고 있는 탓이다. 이에 따라 국가종합물류망 구축사업의 전면적인 개선이 시급한 가운데, 전담사업자인 한국통신과 한국물류정보통신도 기투자분 회수 및 지속적인 사업추진을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업개요=건교부가 지난 96년부터 추진해 온 종물망 사업은 크게 △전자문서교환(EDI) △수출입물류정보 데이터베이스(DB) △첨단화물운송정보(CVO)시스템이 세가지 골자다. EDI는 항만·관세·철도·출입관리·수산물검사·위험검사·국고수납 등 대정부 민원서비스는 물론 선적예약·운송의뢰·도착통지 등 제반 물류문서를 전자화하자는 사업이다. 수출입물류정보 DB와 CVO 사업의 경우 한국통신이 주관사업자로 각각 지난해와 98년말부터 상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가운데 물류DB는 각종 수출입화물의 처리정보나 국내외 물류 관련정보를 분석,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것이 요체이며 각급 수출입 물류시설의 데이터 통합이 전제조건이다. CVO는 지능형교통시스템(ITS)·위치정보시스템(GPS) 기술 등을 활용해 국내 화물차량의 위치를 실시간 파악해주는 서비스다.
◇현황과 문제점=현재 상용서비스 개시 3년째를 맞고 있는 종물망 사업은 EDI를 제외하면 파리만 날리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통신이 유료 제공중인 수출입 물류정보 DB의 경우 지난해 4월 상용 개통이래 1년여가 지났지만 현재 5개 회사만이 가입해 서비스를 이용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계획과 달리 상당수 수출입 물류시설의 데이터가 여전히 취합되지 않는데다, 현재 무료로 이용 가능한 민간 사이트와 달리 이용자들이 돈을 내고 써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물류정보통신 관계자는 “수출입물류 DB가 실은 전체 물동량 정보의 60%선 정도밖에 통합돼 있지 않다”면서 “이는 근본적으로 재래식 항만시설 등 여전히 정보화의 사각지대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인터넷서비스가 급속 확산되면서 대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민간업체도 수출입 물류정보를 무료 제공중이어서 기업들은 더욱 외면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한국통신 관계자는 “이같은 실태를 감안해 조만간 DB서비스를 무료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CVO서비스도 개점휴업 상태인 것은 매한가지다. 지난 98년말 이미 상용서비스에 들어가 현재 만 3년째를 맞고 있지만 전국 450개 업체가 등록하는데 그치고 있다. 심지어는 이들 등록업체조차도 올초까지 이용건수가 10건에도 못미쳤던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무엇보다 영세한 화물차 운송주선사업자들의 뒤처진 정보화 마인드와 폐쇄적인 거래관행 탓이다. 여기다 지난 수년간 이동통신 환경이 급진전해 대형 운송사업자나 민간사이트에서 휴대폰 화물추적서비스를 다수 제공하고 있는 점도 CVO 확산의 장벽이다. 한국통신은 GPS·휴대폰·전화로 접속환경을 다양화하고 단말기 무상임대 등을 통해 시장 개선책과 수익성 확보방안을 강구중이지만 어려움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시급한 계획정비=종물망 사업의 이같은 실태는 98년까지 1단계 기간동안 시스템 구축, 2단계인 2000년까지 서비스 확산, 올해부터 2015년까지 서비스 초고속화를 내세웠던 당초 계획에서 크게 어긋난 것으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업추진 당시 유무선인터넷 등 급속한 시장확대를 미리 예측하지 못했던데다 현재로선 민간업계의 자생적인 서비스도 속속 생겨나고 있어 더이상 국책사업으로 지속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건교부도 국가종합물류망 구축사업의 명칭과 사업기간, 내용 등 제반 계획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사업초기에 비해 시장환경이 크게 바뀐 만큼 정부지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연말께 개선책을 내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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