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개발사인 단비시스템의 김성식 사장(34)은 세칭 1세대 게임개발자 중 한명이다. 김 사장은 88년 포항공대 기계과 2학년 재학시절 후배를 통해 게임을 처음 접했다. 학업도 뒤로 미룰 정도로 게임에 열중했고 어느덧 스스로 전문가가 됐다. 김 사장은 대학 4학년때 ‘마성전설’이라는 PC 게임을 개발했다. 취미 삼아 개발한 이 게임은 당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경시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게임개발에 매력을 느낀 김 사장은 졸업 후 1년만인 91년 국산 게임의 고전인 ‘폭스레인저’를 개발했다.
“게임 업체들이 앞다퉈 폭스레인저의 배급권을 달라고 몰려왔습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당시로서는 상당한 판매 기록를 올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폭스레인저를 통해 게임개발에 자신감을 얻은 김 사장은 93년 회사를 설립했다.
“당시에는 일본산 게임이 국내 시장을 주도했습니다. 국산 게임은 말 그대로 가뭄에 콩 나듯이 몇작품 되지 않았고 그나마 대부분 상업화에 실패했습니다.”
김 사장은 척박한 국산 게임개발 시장에 ‘단비’가 되겠다는 생각에 회사명을 단비시스템으로 정했다. 이후 98년까지 김 사장은 국산 게임개발에만 매달렸고 히트작을 잇따라 만들어 냈다.
국산 게임의 고전인 ‘폭스레인저’가 대표적인 작품이다. 게임 마니아라면 지금도 기억할 이 작품은 국산 최초의 256컬러 게임으로 화제를 모았다. 몇년 더 지난 90년 중반에 PC 게임을 즐겼던 사람들이라면 잊지 못할 ‘일지매’도 단비시스템의 작품이다. 이밖에도 ‘Go Go 우리별’ ‘마이러브’ ‘까꿍’ ‘뱀프 1/2’ ‘12지전사’ 등 수두록하다.
PC 게임업체로 5년여의 시간을 보낸 김 사장은 아케이드 게임의 체감성에 매료돼 98년 이 시장에 뛰어 들었다. 1999년 PC 게임인 ‘뱀프 1/2’을 아케이드 버전으로 변환한 제품을 선보였으며 아케이드개발사인 유니온디지탈과 함께 체감형 야구경품 게임기인 ‘홈런킹’을 개발했다.
특히 최근에는 ‘오피스 여인천하’라는 독특한 아케이드 게임기를 선보여 히트를 예감하고 있다. 어린이와 젊은 여성들을 타킷으로 하고 있는 이 제품은 템포감과 코믹성이 특징이다. 귀엽고 깜직한 경숙, 활동적이고 터프한 창숙, 자상하며 여성적인 희숙 등 개성이 강한 세명의 직장여성이 사회생활에서 겪는 에피소드를 아기자기하게 구성한 독창적인 게임이다. 이미 시장에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으며 해외수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으로 연내 국내외에서 1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단비시스템은 PC 게임과 아케이드 시장에서 쌓아온 노하우와 인지도를 바탕으로 멀티플랫폼 게임의 개발에 나설 방침이다.
김 사장은 “아케이드, PC, 온라인, 모바일, 비디오 등과 같은 플랫폼의 구별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우선은 아케이드 게임으로 개발해 인지도를 높인후에 비디오, PC, 온라인 게임 등으로 플랫폼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을 밝혔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게임이 좋아서 창업한 김 사장이 앞으로 보여줄 장인 정신과 독창성에 기대를 건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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