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낙경의 벤처만들기>(17)벤처의 겨울나기

 미국에서 일어난 비행기 테러사건으로 인해 바다 건너 우리 모두의 일상도 엄청난 충격과 함께 말 그대로 폭탄을 맞고 말았다.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경제적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이때 업친 데 덮친 격으로 터진 이 일로 인해 우리 벤처들은 그 어느때보다, 그 누구보다 힘든 ‘겨울나기’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무엇을 해야 합니까’,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IMF 구제금융의 한파가 매섭게 몰아치던 수년 전 겨울을 앞두고 필자가 만난 많은 벤처기업인들이 던진 질문들이다.

 당시 그들의 질문 속에는 미래에 대한 기대나 희망보다는 불안과 절망이 가득했다. 마지막 힘을 다해서라도 과연 살아남는 것이 최선일까, 아니면 현실을 포기하고 한줌 힘이라도 아껴 미래에 대비하는 것이 나은 것일까 참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인터넷 벤처 1세대인 A사장. 그는 계속 회사를 이끌어나가야 할지, 그만두는 것이 나을지 고민을 거듭한 끝에 자신의 지분을 정리하고 회사를 떠나 새로운 사업 준비에 들어갔다. 당시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고 코스닥 등록으로 자금도 여유가 있었으며 영업 실적도 꾸준한 편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분야 사업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면서 도저히 사업 비전을 그려낼 자신이 없었다고 털어놓는 그를 보면서 내심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창업자인 그의 결정에 대해 주위에서 무책임하다는 비난의 시선이 적잖았지만 아무도 그의 고민을 대신해주지는 못했다.

 인터넷에 대한 기대가 한창이던 2년 전 유통 관련 콘텐츠서비스업체를 설립한 B사장. 당초 제휴키로 한 외국계 컨설팅회사가 사업 협력처를 다른 곳으로 변경하면서 꼬이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인터넷사업 환경 악화, 시스템 개발 지연, 자금 부족, 핵심인력 이탈 등으로 이어지면서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미 자본금은 대부분 소진했고 개인적으로 차입한 자금으로 연명하고 있지만 2∼3개월 내 매출이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힘을 내라는 몇 마디 격려의 말이 B사장의 무거운 짐을 덜어줄 수 있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다.

 위의 사례는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목숨 걸고 싸우는 벤처기업들’의 자화상이다.

 ‘죽을 때까지 싸워라’는 말로 싸움을 독려해야 할지, ‘패배를 인정하고 힘을 아껴 다음의 승리를 준비하라’며 싸움을 말려야 할지 벤처의 생존전쟁을 지켜보는 이들의 고민도 늘어가고 있다.

 창업에서 기업공개(IPO)에 이르기까지는 ‘수천분의 일’의 확률을 뚫고 살아남아야 한다. 뚜렷한 수익모델 없이 생존의 기로에서 고군분투하는 주위 벤처기업들에 어떤 방안을 제시하는 게 진정한 도움이 될지 판단하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다만 기약 없는 싸움에서 모든 수단을 다해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고 격려하는 것만으로 필자의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할 수 없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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