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기침체와 함께 인터넷 부문에서도 거품이 빠지면서 인터넷업계 종사자들은 불과 1년 남짓 만에 천국과 지옥을 넘나들었다. 부진의 늪에 빠진 많은 인터넷업계 종사자들이 다시 한번의 영화를 꿈꾸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과거를 반추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돼 다행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기침체가 인터넷 비즈니스 전략을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 것이다. 실제 최근 몇년간 인터넷과 관련한 수많은 기술이 선보였다. 그러나 이로부터 야기된 혼란에 비하면 기술적 성숙도는 높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어쨌든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향후 인터넷 환경이 크게 변화할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특히 비즈니스 부문에서 전개될 ‘사이버 생태계’와 이를 구성하는 가상조직인 ‘밸류 웹’은 다가올 인터넷 시대 기업들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자신문과 세계적인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가 공동으로 기획하는 ‘EC커런트’ 이번주 주제는 인터넷 시대의 기업간 협력과 제휴를 기반으로 기업들의 미래를 가늠케 하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는 ‘비즈니스 생태계와 밸류 웹’이다.
대부분 기업들은 자신들의 관점에서 비즈니스 생태계를 바라본다. 즉 기업을 중심으로 공급업체가 상층에 있고 유통업체를 거쳐 최종 고객에게 제품과 서비스가 전달된다는 것이다.그림1참조
그러나 이처럼 내부지향적 관점에만 의존할 경우 외부의 영향에 둔감해지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민감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외부 환경을 예의 주시하면서 자사와 다른 업체 혹은 고객들과의 독립적 관계를 파악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하게 되는 것이다.
외부 여건을 무시하는 조직은 순식간에 무너질 위험성을 갖고 있다. 비즈니스 생태계에서는 자신들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이해하지 못할 경우 날로 치열해지는 경제 여건 속에서 성장에 한계를 맞이하게 된다.
이처럼 기업은 비즈니스 생태계의 진화에 영향을 주는 생산업체나 소비자들과 마찬가지로 고유의 역할을 담당한다. 반면 비즈니스 생태계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점진적인 변화에 개별 기업이 대응하는 연속적 사이클을 통해 전체적으로 재생산된다.
결국 다가오는 인터넷 시대에는 어떤 기업도 혼자서는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존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은 무엇일까.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기업들은 공조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전략적 협력업체를 선정, 인터넷 기술을 상호 활용함으로써 업무상 연결고리를 만들어 새로운 형태의 가상 조직, 즉 밸류 웹을 만들어가야 한다.그림2참조
밸류 웹은 고객의 요구와 공급업체가 필요로 하는 ‘무엇’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보유자원들을 자발적으로 결합하는 기업 집단을 의미한다. 밸류 웹은 자본집약형 수직적 통합과는 다른 형태로, 거래 집단간에 보다 강력한 전략적 제휴 구축을 지향하는 가상 조직이다. 밸류 웹상에서 기업은 내부 기능에 대한 지원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분야에서 외부 협력업체의 장점을 활용하면서 자사의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협업이 중요시되는 시대가 다가오는 것이다.
앞으로 기업들은 독자적인 단일 개체가 아닌 보다 큰 공급망의 구성원으로 간주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개념 또한 개별 기업간 경쟁보다는 밸류 웹간 경쟁으로서 다루어질 것이다. 총체적인 차원에서 수요에 공동 대응하고, 통일된 모습을 고객에게 제시할 수 있도록 동기화시킬 수 있는 기업집단들이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간 그리고 비즈니스 생태계 내부에서의 실시간 연계는 여러 업종의 공통된 목표로 부상하게 된다. 실시간 통신을 통해 모든 온라인 및 오프라인 채널에서 상호작용을 동기화시켜 통일된 하나의 모습을 고객에게 제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표준 및 통합 기술의 발전에 달려있는데 이는 진정한 의미의 e비즈니스 언어가 등장할 때 구현될 수 있다. 하이테크 산업 분야의 로제타넷(RosettaNet)이나 소매업계의 UCCnet과 같은 업계 단체들이 이 분야를 주도하고 있다.
웹 서비스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역시 상이한 시스템들을 연계시켜 줄 수 있다. 웹 서비스는 UDDI(Universal Description, Discovery and Integration)와 같은 서비스 저장소를 만들어 기존 애플리케이션에서 정보를 사용하는 방식에 변화를 가져다줌으로써 기업이 적절한 협력업체를 찾는 일을 도와준다.
그렇다면 각 분야에서 생태계는 어떤 역할을 갖고,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아보자.
최근 들어 인터넷 기술은 여러 업종에서 중요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PC부문이다. 사이버 생태계의 변화를 가장 잘 인지한 업체로는 델컴퓨터를 들 수 있다.
델은 인터넷 기술의 잠재력을 활용, 공급망을 고객 수요와 바로 연계시키는 직판 채널을 개척했다. 이 직판 채널은 델의 사업영역을 보호하는 진입장벽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델은 또 대부분의 기업 거래에서 인터넷을 활용함으로써 공급업체 및 고객들과의 관계를 향상시켰다.
그렇다고 해서 델이 자사의 컴퓨터 제품 품질문제 전체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회사의 재고 및 수요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완제품을 구성하는 부품들을 제공하는 신뢰할 수 있는 전략적 협력업체에 의존한다.
고객은 개별 부품에는 별 관심을 갖지 않는다. 문제가 있으면 이는 델의 문제며 이러한 문제가 향후의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이는 해당 시장의 전체 공급 기반과 델을 둘러싸고 있는 전체 비즈니스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비즈니스 생태계 내에서 델은 비핵심 업무를 아웃소싱을 통해 해결하는 등 밸류 웹을 성공적으로 운영함으로써 내부 자원을 혁신, 조직 문제, 리스크 관리 등에 분산 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비즈니스 생태계를 적절하게 활용한 또 다른 부문은 자동차 부문이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이른바 미국내 ‘빅 3’가 우량 공급업체와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코비신트(Covisint)라는 e마켓플레이스를 출범시켰다.
이런 가운데 포드가 e비즈니스 전략의 일환으로 자사에 철강을 직접 공급하는 도파스코(Dofasco) 및 내셔널 스틸(National Steel)과 ‘e스틸(eSTEEL)’ 사업을 시작했다.
기존의 시스템이 복잡하고 비효율적이며 유연성이 뒤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부응하듯 e스틸은 철강 공급업체와 계약 상태에 대한 정보와 분석 자료를 보다 신속하게 포드에 제공함으로써 포드로 하여금 e마켓플레이스에 대한 투자 이익을 실질적으로 회수할 수 있게 했다.
소매부문에서도 비즈니스 생태계가 꾸며지고 있다. 최정점에는 월마트가 있다. 월마트는 세계 최대의 소매 체로서 ‘ever day low price’라는 전략으로 수많은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다. 월마트의 이러한 전략을 지탱하는 힘은 유통 및 조달 채널에 대한 지배력에 있다. 월마트 경쟁력의 핵심은 공급업체에 소비 데이터들을 제공하는 B2B 백본 엑스트라넷 애플리케이션인 ‘리테일 링크(Retail Link)’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1만개가 넘는 월마트 산하 공급업체와 협업 관계를 향상시키고 10개국의 4200개 점포를 지원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
소매부문에서 월마트의 e마켓플레이스에 도전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밸류 웹을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기업은 많지 않은 가운데 최근 2개의 업체가 월마트에 대항하기 위해 e마켓플레이스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글로벌넷익스체인지(GNX:GlobalNetXchange)’와 ‘월드와이드 리테인 익스체인지(WWRE:WorldWide Retail Exchange)’가 그 주인공. 이들은 모두 웹 기반 거래와 협업 툴의 동력을 제공하는 업계 인프라를 구축해나갈 예정이다.
만일 성공한다면 GNX와 WWRE는 마켓플레이스 참가업체들이 월마트에 대응해 보다 효과적으로 그리고 실시간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가트너는 지난해 현재 4330억달러인 세계 B2B 전자상거래시장 규모가 오는 2005년 8조500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연평균 81%에 해당하는 놀라운 성장률이다. 하지만 이런 규모조차도 93조5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세계 기업간 거래규모와 비교하면 10% 미만에 불과하다.
앞으로 5년동안 인터넷업계 선두 업체들은 비즈니스 관행을 합리화시키고 새로운 성장 전략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인터넷 상거래를 적극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에 앞서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자사의 주력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데 핵심사항이 되는 과정과 협력관계에 대해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향후 수년간 새로운 성장기회를 창출할 비즈니스 생태계에 공헌하는 최상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내부경영의 최적화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현재 선보이고 있는 비즈니스 도구들은 생태계에 포함된 기업들이 고객의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오는 2003년까지 밸류 웹이 모든 업종에서 등장해 차세대 B2B 프로그램의 유력한 모델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밖에 2005년까지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역할을 확정하지 못한 기업들은 사업에 실패하거나 타 회사에 흡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최근의 경기침체기에 기업들이 참여할 다양한 사이버 생태계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평가, 경제가 다시 살아날 때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자신을 둘러싼 생태계의 힘이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전략적 사고의 첫 단추가 된다고 충고하고 있다.
기업들은 e비즈니스 전략을 기업의 전체 비즈니스 전략의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 현실적인 투자회수가 발생하기 전에 실질적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차원에서 준비해야 한다. 비록 여러 개의 업체로 나뉘어 있지만 고객의 수요에 단일 그룹처럼 대응하기 위해서는 실시간 통신과 상호 작용이 필수적인데 이는 하이테크 시스템에 대한 투자 없이는 불가능하다.
기업들은 특히 비즈니스 생태계내에서 협력업체가 실패할 경우에 대비, 위기극복 계획을 세워야 한다. 또 구축한 e마켓플레이스가 설립 투자자를 잃거나 기술 파트너가 합병되거나 사라질 경우에도 대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밖에 소스 코드나 특허 등록돼 있는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확보 또는 액세스할 필요가 있는 경우 계약상의 권한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자사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검토하는 게 중요하다. 연구개발과 생산에서부터 결제 및 마케팅에 이르는 모든 업무를 평가하고, 사용한 모든 자원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협력업체와 관계에 가치를 더해주지 못하는 업무는 폐기해야 한다. 새로운 성장기회를 지원하고 혁신으로 이끌어 궁극적으로 고객 만족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자원을 재배치해야 한다.
이와 함께 비즈니스 파트너, 공급업체 및 고객과의 모든 접점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애플리케이션간 통합과 같은 프로그램을 추진할 것인지, 혹은 참여하고 있는 생태계내에서 오픈 소싱을 이용할 것인지와 같은 사안에 대해 결정해야 한다. 또 이에 따른 계획을 적절히 수정해 나가야 한다. 기술은 기업에 비전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필요조건일 뿐이다.
<정리=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국제 많이 본 뉴스
-
1
인간 최고 속도 돌파… 우사인 볼트보다 빠른 고속 '로봇견'
-
2
날다가 물속으로 '쏙'… 산전수전공중전 '하이브리드 드론'
-
3
분필가루 뿌려 사물함 비밀번호 푼 여중생… “추리소설서 영감 받아”
-
4
“주름 없다더니 진짜였다”… 애플 '아이폰 폴드', 두께·가격까지 다 나왔다
-
5
이란 화폐 가치 사상 최저로 '폭락'… 분노한 상인들 거리로
-
6
속보일본 오키나와현 북북동쪽 해역서 규모 5.6 지진 발생
-
7
손잡이 돌리면 이메일 작성… 나무로 만든 타이핑 작품 화제
-
8
애플, 내년 초 신형 맥북 3종 출시 예고… 무엇이 달라지나
-
9
속보스위스 당국 “리조트 폭발 사고로 수십명 사망 추정” 〈로이터〉
-
10
학습 시키려다 그만...로봇에게 '한 대 제대로 맞은' 남성
브랜드 뉴스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