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채 걷히기 전인 새벽 5시경. 경기도 분당 아파트촌에 사는 컨텐츠코리아(http://www.contents.co.kr) 이영아 사장(36)은 자리에서 일어나 묵상에 잠긴다. 하루를 시작하기 앞서 하나님과의 대화시간을 갖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되면 집에서 조금 떨어진 수지의 한 교회에 가서 새벽기도를 드린다.
시계가 6시를 가리키면서 이 사장의 하루도 시작된다.
“하루 일과는 육아와 소소한 집안일, 회사업무, 대외활동 등 세가지로 크게 나눠집니다.”
이 사장은 집에 배달되는 조간 신문을 훑어본 뒤에 하지혜(13·중1)와 하지윤(7·유치원) 두 딸의 등교 준비를 도운뒤 잽싸게 출근준비를 마친다.
“요즘은 애들을 돌봐주는 아주머니가 계셔서 그나마 출근 전쟁에서 조금은 해방된 편입니다. 그래도 얘들이 스스로 알아서 잘하니 너무 고맙죠.”
이 사장은 큰딸 지혜가 초등학교 1학년때 사업을 시작했으니 이제 사업경력 7년째로 접어들었다.
이화여대 보건학과를 졸업한 이 사장은 대학원에 진학하면서부터 컴퓨터에 빠져든 뒤 콘텐츠 개발에 관심을 가졌다. 집을 담보로 마련한 자금으로 사업을 시작한 이 사장은 ‘인포머셜컨설팅’이라는 소호(SOHO)형 개인회사를 차린 뒤 한국전산원 등 여러 굵직한 기관·기업들의 콘텐츠를 개발을 맡으면서 성장 가도를 달렸다.
이 사장은 99년 컨텐츠코리아로 사명을 바꾼 뒤 지난해에는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워터마킹 솔루션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은데 이어 최근에는 사업영역 확대와 해외시장 진출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런 만큼 그의 발걸음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
이 사장이 집을 나서 자가용을 타고 서울 남부터미널 근처 회사에 닿는 시각은 8시 30분∼9시.
“어쩌다 막내딸이 칭얼댈 때에는 유치원까지 데려주고 오느라 가끔 출근시각이 늦어지기도 해요. 남성 CEO들 처럼 출근시간을 제대로 맞추기가 힘듭니다.”
그도 여느 여성 경영인들처럼 육아 문제에서 자유롭지는 않은 처지다.
이 사장의 출근길은 심심치가 않다. 거의 매일 빠짐없이 남편과 회사까지 동행하기 때문이다. 남편은 다름 아닌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는 하재구 사업본부장(40). 이 사장은 사업을 확장하던 98년 일반기업에서 멀티미디어 분야 일을 맡아보던 남편을 끌어들였다. 부부가 공동 경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육사 소령 지휘관 참모 출신의 하 본부장은 아내가 최대한 업무에 집중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참모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 이 사장의 ‘믿음직한 직원’이자 ‘만점 남편’이다. 최근 며칠동안은 하 본부장이 미국법인 설립을 위해 현지에 출장을 가 있어서 남편의 위치를 새삼 느낀다.
“남편이 자기 역할을 잘 해주고 옆에 있으니 정신적으로 도움이 많이 됩니다.”
이 사장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부터 그야말로 산적한 업무속으로 빠져든다. 새로운 e메일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업무 미팅과 제안서 검토에 들어간다. 11시가 넘어서면 외부 손님들과 점심 약속을 위해 외출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부터 저녁까지는 고객 방문, 외부모임 일정 등이 줄줄이 잡혀 있다.
그러나 이 사장은 요즘 여유를 찾기 위해 적극 애쓰고 있다.
“창업이후 거의 매일 24시간도 모자르게 뛰다보니 몸도 망가지고 오래 버티질 못할 것 같더라고요. 특히 내가 몸담고 있는 콘텐츠 분야에서는 최근 문화가 이슈가 되고 있는데, 문화는 무엇보다 여유가 있는데서 찾을 수 있거든요.”
이런 까닭에 이 사장은 평일인 지난 14일 전문가들과 함께 전남 광주로 남도 문화기행을 다녀왔다.
“노는 거라고 볼 수도 있지만 내 적성에 맞는것 같아요.” 버리니까 얻는 게 있다는 것이 이 사장의 깨달음이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얼마전부터 일과 중에 잠시 일을 놓고 묵상을 시작했다.
“CEO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빨리 갈수록 잠시 멈춰서서 제대로 가고 있는가를 점검도 할 필요가 있거든요.”
그래서 이 사장은 오후 3∼4시 사이엔 운전을 하다가도 잠시 차를 세우고 명상에 잠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수동적으로 생활하지만, 자신이 주도적으로 움직이며 뭐든 만들어 갈 수 있어야 한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명상을 통해 힘을 얻은 이 사장은 요즘 어느때 보다 회사에 더 집중하고 있다.
“요즘은 회사 성장을 위해 아웃소싱 전략을 새로 도입하고, 외부 기업·고객들과의 관계 형성에 노력하고 있어요.”
그는 이를 위해 한양대 교육공학 박사과정의 학업에서 잠시 손을 뗐다. 매달 수차례씩 다닌 외부 강의도 많이 줄이고 특강 정도만 다니고 있다.
사실 이 사장은 3년 전 자신이 주도해 설립한 21세기여성정보화포럼의 회장을 비롯해 여성정보문화21 이사, 중소기업중앙회 여성특별위원을 맡고 있는 등 여성 벤처업계의 마당발로 통한다.
이 때문에 매달 수차례 대학·전문학원·기관 등에서 강의와 특강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덕분에 이 사장은 ‘여성 정보화 전도사’라는 얘기도 듣는다.
“아무리 바빠도 여성 창업 기업인들로부터 강의 요청이 들어오면 전국 어디든 곧장 달려가요. 저보다 더 적합한 사람들도 있지만 나도 소호부터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할 말이 많아요.”
아울러 독서가 몸에 밴 이 사장은 책을 손에서 떼는 때가 별로 없다. 가방에 책을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보통 1주일에 2∼3권의 책을 읽는다. 주로 읽는 책은 가장 최근에 읽은 ‘거인들의 발자국’을 비롯해 CEO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경영이나 인생 지침서들이다.
“고민이 있을때 남과 얘기하면 하소연 밖에 안나오지만 책을 읽으면 힘을 얻죠.”
대부분 외부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이 사장은 강의나 세미나, 리셉션이 있는 날이면 밤 11시를 넘겨 집에 들어가기 일쑤다. 다행히 일찍 퇴근하는 날이면 분당공원내를 달리며 체력을 키운다. 이 사장은 잠자리에 들기 전, 새벽때와 마찬가지로 묵상에 들어간다. 그에게는 하루 일을 되새기면서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소중한 시간이다.
“역경은 참 중요해요. 조금만 힘들어도 큰일 처럼 여기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다 해결돼요. 발을 빼지 않고 내딛는 것이 용기죠.” 이 말에 이 사장이 여성 경영인, 아내, 엄마, 며느리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들어 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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