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CEO>동갑내기 CEO 대담

 ‘여자가 사업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여성CEO에 대한 시각이 곱지 않다. 기대와 박수보다는 비아냥거림이 앞선다. 그러나 최근 여성CEO들이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남성중심의 고정관념도 하나씩 무너지고 있다.

 문화산업 분야의 대표적인 여성 CEO 정영희 사장(소프트맥스·37)과 우성화 사장(티켓링크·37)이 만났다. 동갑내기인 두사람은 처음엔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랜 동창처럼 죽이 잘 맞았다. 여성 CEO로서 일종의 동지의식이 싹트는 듯했다.

 ◇문화산업과 여성 CEO=두 사람은 여성 CEO의 강점으로 우선 여성특유의 섬세함과 포용성을 꼽았다. 그리고 강한 집중력과 뛰어난 감수성 또한 여성 CEO가 갖고 있는 장점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문화산업의 경우 여성이 남성못지 않게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분야라고 입을 모았다.

 △정영희 사장=문화산업 분야 CEO는 경영수완뿐 아니라 문화적 감수성이나 감각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보통 완성된 문화상품은 하나의 예술 작품과 비교되곤 해요. 때문에 하나의 프로젝트를 끝내기까지는 조직을 원활하게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죠. 그런 면에서 여성 특유의 포용력이나 섬세함은 상품을 기획하는 것은 물론 전체 조직을 원활하게 이끄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여성이라서보다 친근하게 직원들과 어울릴 수 있는 것은 여성 CEO만의 매력이라 할 수 있어요.

 △우성화 사장=여성 특유의 집중력이나 꼼꼼함도 여성 CEO만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문화산업의 경우 비즈니스를 위한 자료나 사업계획을 꼼꼼하게 챙겨야 할 때가 많아요. 추진력이나 지구력에서는 남성보다 뒤처질 수도 있지만 탁월한 집중력은 경쟁사에 비해 일을 깔끔하게 처리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요. 문화산업이 21세기 유망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젊은 사람들의 이 분야 진출이 두드러지는데 이들은 기성세대보다 남성우월주의가 덜하기 때문에 여성 CEO의 운신의 폭이 그 어느 분야보다 넓은 것도 사실이에요.

 ◇여성CEO의 특권=여성 CEO는 일단 ‘희소성’ 때문에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는다. 두 사람은 여사장이라서 회사를 알리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여성기업이 일단 투명하고 깨끗할 것이라는 세간의 기대감도 사업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여성기업이라는 ‘희소성’이 비즈니스 실적보다 크게 부각되는 아쉬움도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성화 사장=여성CEO는 일단 사업 파트너를 처음 만날 때 거의 거부감을 주지 않는 것 같아요. 상대가 남성일 경우 호감을 가질 뿐 아니라 여성기업은 보다 깨끗하고 건실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는 경우도 많아요. 또 여사장이 드물다 보니 언론에 노출될 기회도 많은데 이 때문에 짧은 시간에 기업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도 많아요. 문화산업의 경우 회사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한 만큼 언론에 많이 노출된다는 건 그만큼 경영에 플러스가 된다고 생각해요. 여성이라서 상대방이 기억을 잘 해줘 영업이나 마케팅에 도움이 된 경우도 있어요.

 △정영희 사장=여성기업이 늘어나면서 여성 CEO에 대한 편견도 많이 없어졌어요. 여기에는 언론보도도 한몫을 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언론보도는 여성기업의 비전이나 비즈니스 모델보다는 단지 사장이 여자라는데 주목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어요. CEO는 결국 경영이나 사업성과를 통해 평가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대개 여성 CEO는 여자라는 선입견 때문에 실적 자체가 평가 절하되는 경우도 있어요. 언론에서 너무 여성만을 부각하다 보면 자칫 역차별이라는 얘기도 나올 것 같아요.

 ◇여성에 대한 사회편견이 최대 적=여성 CEO는 비즈니스와 별도로 남성우월주의와 또 다른 싸움을 벌여야 한다고 두 사람은 말했다. 그동안 여성 CEO가 언론 등을 통해 스포라이트를 받으면서 여성 CEO에 대한 편견이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여성이기 때문에 사업상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입을 모았다.

 △우성화 사장=사업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남성중심의 비즈니스 환경과 부딪칠 때입니다. 특히 잦은 술자리와 접대문화 때문에 어려운 상황을 자주 겪어요. 거의 성사된 계약도 이 때문에 번번이 뒤집히는 사례가 한두번이 아니었죠. 비즈니스 파트너가 처음에는 여자라서 호감을 갖지만 정작 계약을 하자면 여자라는 이유 때문에 꺼리는 경우도 있어요. 더러 남자직원을 통솔하는데 있어 여자라서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정영희 사장=CEO는 능력 외에도 원만한 인간관계 및 인적 네트워크·성실성 등 갖춰야할 덕목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회사 직원들과 거리낌없이 지내는 편이지만 남자 직원들과 보다 인간적으로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여자이기 때문에 못갖는 것은 너무 아쉬워요. 업계 사람들도 마찬가지예요.



 ◇여성CEO는 슈퍼우먼=보통 여성 CEO는 1인3역을 해야할 때가 많다. CEO와 별도로 가정에서는 주부로, 업계에서는 ‘홍일점’으로 기대가 크다. 때문에 두 사람은 ‘슈퍼우먼’이 되기를 강요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우성화 사장=가족에게 충실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아쉬워요. 회사일 때문에 남편은 물론 자식에게 신경을 못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가족이 이해해주지 못하면 정말 힘들 것 같아요. 특히 전통적인 가부장적 사회기 때문에 아무리 CEO라고 해도 며느리로서 역할은 충실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있어요. 육아문제 역시 적지 않은 부담이에요.

 △정영희 사장=가끔 부모님으로부터 얼굴 좀 보고 살자는 전화를 받아요. 일에 파묻히다 보면 친구뿐 아니라 일상의 소중한 것들을 잃고 살 때가 많아요.

 ◇여성CEO의 역할=두 사람은 CEO의 역할은 여성이라고 해서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원래 CEO란 회사경영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큰 임무이자 역할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 두 사람 모두 문화산업 분야 CEO인 만큼 회사뿐 아니라 문화산업 발전을 위해 나름대로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정영희 사장=CEO라는 자리는 정말 부담스러운 자리에요. 작게는 한 회사를 이끌어야 하고 크게는 업계와 사회에서 지위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하니까요. 특히 게임산업은 최근 부쩍 성장하는 산업이고 여성 CEO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분야이기도 해요. 때문에 업계 발전을 위해 여성 CEO들도 남성못지 않은 역할과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성화 사장=저희 회사 역시 사회적 역할이 적지 않아요. 국내에 유일한 온라인 티케팅 업체기 때문에 저희 회사의 역할에 따라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이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책임감을 느껴요.

 더불어 일단 여성 CEO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만큼 우리사회에 팽배해 있는 남성중심의 비즈니스 환경도 조금씩 바꿔가는 데 일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지 여성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사회는 우리 세대에서 끝나야 하지 않을까요.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프로필

  

 ◇정영희 사장

 

 1964년 4월 13일생

 1985년 3월 성신여대 경영학과 졸업

 1985년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근무

 1993년 12월 소프트맥스 설립

 1994년 12월 소프트맥스 법인 전환

 1998년 12월 ‘벤처기업인상’ 수상(중소기업청)

 1999년 10월 디지털에이지 설립

 1999년 12월 ‘소프트 엑스포 99 SW 산업발전 유공자 포상’ 수상

 2000년 12월 ‘대한민국게임대상 공로상’ 수상

 

  ◇우성화 사장

 

 1964년 7월 30일생 

 1987년 2월 숙명여대 수학과 졸업

 1988년 4월 에이팀 엔터프라이즈(현 엔터비즈) 설립

 1996년 5월 지구촌문화정보써비스(현 티켓링크) 설립

 1997년 2월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광고홍보과 졸업

 2000년 10월 강원엑스포 99 공로상 수상(문화관광부)

 2000년 11월 행정자치부 장관 표창장 수상 

 2001년 6월 명지대 교통관광대학원 문화관광과 겸임교수

 2001년 6월 숙명여대 정책대학원 문화관광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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