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CEO>협회장-한국여성벤처협회 이영남 회장

 “힘 우위의 아날로그 시대가 속도·감각, 그리고 섬세함을 요구하는 디지털 시대로 바뀌면서 여성벤처의 역할과 위상도 그만큼 커졌지요.”

 180개 회원사를 둔 명실상부한 여성벤처의 대표단체인 한국여성벤처협회 이영남 회장(44)은 여성벤처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운을 뗐다. 지난 2월 계측기업체 이지디지탈 사장인 그가 한국여성벤처협회 2대 회장으로 추대돼 임기 2년의 회장직을 수행하게 됐을 때 아무도 그의 모습을 눈여겨봐 주지 않았다.

 그러나 7개월이 지난 지금 그가 여성벤처기업들을 위해 하겠다는 일들은 거의 성사단계에 와 있다.

 이 회장이 취임 때 내건 두 가지 공약은 여성펀드 100억원 조성과 여성벤처회관 건립.

 지난 8월 그의 약속대로 100억원의 여성전용펀드가 조성됐으며 내년 1월 입주를 목표로 여성벤처타워 건립 계획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물론 이는 그 혼자만이 아닌 180여 여성벤처협회원들이 똘똘 뭉쳐 만들어낸 결과다.

 여성벤처협회에는 한국 벤처의 미래를 짊어질 내로라할 여성기업인들이 임원으로 줄줄이 포진하고 있다. 디자인·멀티미디어 콘텐츠·DB개발·보안인증 솔루션·교육SW·게임SW·네트워크장비·인터넷·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컨설팅회사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시대의 핵심이라 할 모든 분야의 기업대표들이 임원진으로 포진하고 있다.

 김아현 파소나기닷컴 사장, 배희숙 이나루 사장, 서지현 버추얼텍 사장, 송혜자 우암닷컴 사장, 박영미 굿모닝아시아닷컴 사장, 강형자 인터넷시큐리티 사장, 김희정 사비즈 사장, 손정숙 디자인스톰 사장, 서정우 프래디 사장, 여미정 데이터존 사장, 정영희 한국소프트맥스 사장, 최정아 아데코코리아 사장, 한미숙 베리텍 사장 등이 그들이다.

 이 회장은 지난 2월 취임한 후 이들 임원과 함께 외형적으로 일궈낸 성과만으로 협회와 자신이 규정되는 것에 대해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전산업이 디지털 시대로 급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여성벤처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물론 인간성·신뢰성에 기반을 둔 휴먼네트워크를 중시해왔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성격은 흔히 배짱과 뚝심으로 대표된다. 하지만 이 회장은 요즘 IT 침체에 따라 어려워진 경기상황에서 자신의 회사인 이지디지털 직원들을 다독이듯 협회 일을 챙겨왔다고 말한다.

 그 덕택인지 지난 2월 102개 회원사이던 것이 지난 8월 말까지 180개로 늘어났다.

 이 회장은 협회가 커진 데는 회원들을 벤처산업의 전면에 나설 수 있도록 각종 시상식이나 벤처대회 등에 적극 추천한 보이지 않는 노력도 한몫했다고 말한다. 결국 정성을 들인 만큼 결실을 거둔 셈이란 말이 된다.

 이 회장은 올해 중국 벤처와의 교류가 이뤄진 데 힘을 얻어 일본, 나아가 실리콘밸리와의 교류도 추진할 생각이다.

 요즘은 그래도 올해의 숙원사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돼 이전에 비해 협회 일에 대한 긴장과 부담감을 많이 덜었다고 말한다. 사실 지난달까지 협회일에 업무의 70%를 쏟으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실토한다. 하지만 요즘 그는 회사일에 좀더 신경쓰면서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으로 직원들 추스리기에 나서고 있다. 협회 일에도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듯 보인다.

 이 회장은 이미 지난 6월 여성벤처기업 등산동아리 결성을 통해 회원사간의 휴먼네크워크 구축에 시동을 걸었다. 다소 여유가 생긴 요즘 이 회장은 영화관람 동호회도 출범시켰다.

 “좋잖아요. 일만하는 여성으로 남는 것도 별로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앞으로 동아리를 계속 늘려나갈 겁니다.”

 일과 망중한의 여유를 조화시켜 나가면서 여성벤처들의 단합된 힘으로 이를 엮어낼 수 있으면 금상첨화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회장은 오는 10월 여성벤처 및 회사 직원 등 200명에 가까운 인원들과 함께 ‘1일 병영체험’을 계획하고 있다.

 “가뜩이나 안좋은 세계 IT산업 경기와 미국 무역센터 테러로 위축돼 있는 여성벤처들이 뭔가 탈출 계기를 만들고 일체감을 조성하기 위해서죠.”

 임기 1년째의 성과를 어느 정도 마무리해 놓고 있는 이 회장의 마음은 벌써 내년도 계획을 향해 줄달음치고 있다.

 남은 1년 동안 여성벤처협회의 남은 과제에 대해 묻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술술 풀어낸다.

 “내년도 사업이오? ‘여성벤처아카데미사업’과 ‘e랜서사업’에 나설 계획입니다. 1년 단위로 여성인력들에 대한 정보화교육을 하고 이들을 기업과 연계해 기업정보화사업을 맡기자는 것입니다. 유휴 여성인력들의 능력을 계발하고 이들을 재활용토록 한다는 취지죠.”

 그는 “중기청과 중기협 여성벤처협회가 공동으로 지원하는 이 사업을 통해 교육을 받은 여성인력들이 여성벤처기업들의 홈페이지 개보수 활동 등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날로 홈페이지를 통한 홍보가 점점 중요해져 가고 있는데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여성벤처들이 많다는 데 착안한 사업이다. 또 하나의 사업은 여성벤처마트를 만들어 여성벤처간 기술교류·정보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 회장은 좀더 욕심을 부린다면 “임기 내에 여성벤처연구소를 설립하는 것도 꼭 이뤄내고 싶은 성과 중 하나”라고 말한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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