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여성CEO는 각 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꾸준히 그 수를 늘려가고 있다.
그러나 전자 부품업체의 여성CEO는 아직도 손으로 꼽는다.
880여 회원사가 참여하고 있는 여성경제인협회에서도 전자부품업체는 눈씻고 찾아봐야 10개를 넘지 않는다. 게다가 직접 현장에서 활동하지 않고 명의만 사장인 경우를 제외하면 그 수는 더욱 줄어든다. 아무래도 전형적인 남성 분야로 여겨지는 부품업계에서 여성CEO의 진출이 쉽지는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이들에게는 항상 주변의 시선이 몰리지만 이들은 하나같이 ‘여성CEO’로 불리는 것을 크게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남자든 여자든 성별을 떠나서 기업을 운영하고 발전시키며 책임지는 건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는 것. 품질관리나 경영관리, 사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등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이들의 장점이 발견된다.
이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꼼꼼함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한우물만 파는 신념과 자신감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경우 엔지니어로서 직접 창업한 경우라기보다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던 중 굳은 의지로 사업에 뛰어든 예가 많아 이들의 의지는 더욱 빛난다.
◆이순례 대진통신기 사장
국문과를 졸업하고 13년동안 여고 국어 교사로 재직하다 회사경영에 뛰어든 대진통신기(http://www.daejinxtal.co.kr)의 이순례 사장(55)은 부품업계 여성CEO 중 눈에 띈다. 이 사장은 ‘사람이 좋아서’ 신생기업에 투자하고 자금이사로 활동해왔다. 회사 설립 이후 6년째인 95년 회사가 큰 위기를 맞자 자금관리를 해왔던 이 사장이 직접 경영일선에 나서게 됐다. 전자부품 중 특히 미세한 떨림을 이용하는 수정디바이스는 여성의 섬세함을 필요로 한다는 생각도 했다.
“교사일보다 더 적성에 맞는 것 같더라구요. 진작에 시작할 걸 그랬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순례 사장은 89년 4명의 엔지니어와 함께 사업을 시작해 지금은 매출 48억원 규모의 회사로 키워내는 데 성공했다. 대진통신기는 압전기능을 가지고 있는 수정을 이용해 주파수 선택기능과 발생기능, 안정된 전파전달과 광학기능을 하는 수정디바이스를 생산하고 있다.
이 사장은 무엇보다 원칙을 중시한 회사운영을 통해 이익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금까지 해오던 OEM생산을 중단하고 자체 브랜드로 인도, 홍콩, 미국 등지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고품질을 통한 인정을 받아 ‘작고도 강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사장은 품질경쟁력을 중시하는 정공법을 택하고 있다. “ISO 규정을 공정단계부터 적용하고 매주, 매월 불량률을 체크하는 한편 원인을 분석해 품질향상에 최선을 다한다”는 이 사장은 “좋은 블랭크를 사용하고 구석구석 꼼꼼하게 챙겨 품질 경쟁력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고 강조한다.
원칙대로 하는 것이 회사를 살찌운다는 확고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 것.
이 사장은 “현재 세라믹 SMD라인을 구축하고 13.5㎒ ADSL모뎀용 수정진동자를 수입대체하는 한편 622.08㎒ 수정진동자와 155.52㎒ 전압제어수정발진기(VCXO)의 개발을 진행하는 등 제품의 부가가치를 올리는 작업을 활발히 진행중”이라며 “이 작업을 마친 후 생산량은 늘어나지 않고 사원수도 50명선을 유지하지만 순이익이 늘어나는 결과를 맺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이 사장은 또 “앞으로도 20ppm의 오차범위를 5ppm 이내로 낮추는 등 고주파·고품질 제품 생산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일 것”이며 “꼼꼼한 관리로 불량률을 줄여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말한다.
이 사장의 목표는 올해 매출대비 순이익을 10%까지 올리고 2004년경에는 매출의 15%까지 순이익 비중을 높여간다는 것. 올해 상반기에도 연매출 목표(70억원) 달성을 위한 쾌속행진으로 3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성공, 지난해 48억원의 매출에 육박하는 ‘신바람 나는’ 성적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말부터 불어닥친 전자부품 산업의 불황으로 다른 수정디바이스 업체들이 매출확대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이 사장은 작지만 꼼꼼하고 옹골찬 기업을 이끌고 있다.
◆김인선 DK센서 사장
NTC 서미스터 센서를 생산하는 DK센서(http://www.dk-sensor.co.kr) 김인선 사장(59)도 역사를 가르치던 교사 출신이다.
김인선 사장은 86년부터 15년째 DK센서의 공동대표로 관리부분을 도맡아 이끌고 있다. 김 사장이 동업하고 있는 든든한 개발자이자 영업맨은 그의 남편. 김 사장은 “남편이자 공동대표인 김영규 사장이 잘해와서 나는 별로 한 게 없다”고 발을 빼지만 김영규 사장의 얘기는 다르다.
“김인선 사장은 지하실에서 개발자 2명과 함께 창업하던 때부터 생산관리, 소모품관리, 품질관리에 힘써 지금 58명의 직원에 96억원 매출규모의 알찬 회사를 만들어낸 최고의 경영자입니다.” 김인선 사장은 “그간 한식구처럼 현장에서 일도 하고 사원관리를 위한 면담도 함께 하고 있다”며 “사원식당에 일손이 달릴 때는 식당으로 달려가 손을 거들 만큼 회사내에 안하는 일이 없을 정도”라고 말한다.
그야말로 대모 역할을 하고 있는 김 사장은 원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작업 개선업무를 도맡아 관리하며 종업원에 대한 교육도 책임지고 있다.
물론 안에서만 맴돈 것은 아니다. 초반기 영업에 일손이 딸리면 영업현장에서 뛰어다니기도 부지기수였다.
15년간 회사를 경영해 오며 “무엇보다 사람관리가 우선”이라는 걸 느꼈다는 김 사장은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을 유지하며 가족과 같은 사업장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일에 힘을 쏟아왔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DK센서에는 15년간 함께 일한 생산직 근로자가 20여명이나 된다.
“타 업체에서 보고는 ‘이 회사엔 할머니 사원이 왜 이리 많냐’고 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10여년간 쌓인 근로자의 작업 능력도 회사의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DK센서는 자동차, 가전, 보일러 등에서 쓰이는 NTC 서미스터(온도변화에 따라 저항값이 변하는 감온 반도체)를 국산화해 이를 응용한 400여종의 제품을 연간 1800만피스 생산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 83억원(수출 40%)에 이어 올해 96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DK센서의 성장은 “지금까지 직원 월급 한번 밀려본 적 없고 하청업체에 송금 한번 밀려본 적 없다”는 김 사장의 ‘꼼꼼한 신의’와 ‘꼼꼼한 관리’ 덕이었다.
◆박선옥 성신전자 사장
성신전자의 박선옥 사장(42)은 90년 설립된 이래 축전지 액면 센서, 와인딩 컨트롤러, DC·AC 인버터 수중로봇, 3파이(φ) 모터 구동용 500㎐ 인버터, 자동전압조정기(AVR), 중소형 무정전전원장치(UPS) 등을 개발하고 Q마크를 획득하는 한편 지난해 창원 차룡단지에 공장을 신축, 이전해 주가를 올리고 있다.
10여년 전 가정주부였던 박 사장은 아이가 커 24시간 붙어있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오자 ‘젊고 능력이 있을 때 뭔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고민끝에 전자부품 사업을 선택했다.
박 사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자가 부품사업을 한다는 점에 대해 ‘대단하다’고들 하지만 이런 말은 별로 신경쓰이지 않는다”며 “적성에 맞았기 때문에 사업을 하게 됐을 뿐”이라고 말한다. 박사장은 오히려 “원래는 방위산업이나 기계쪽 사업을 하고 싶었는데 그 방면은 쉽지 않을 것 같아 전기전자 부문을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성신전자는 군용 전기케이블, 방산용 전원공급기 사업을 통해 방위산업을 포기한 한을 톡톡히 풀고 있다. 게다가 다루는 제품도 센서, 인버터 등 부품류에서 무정전전원장치(순간정전 등 전압변동에도 자동으로 양질의 안정된 전력을 공급하는 장치), AVR(전압변동분을 검출해 부하기기에 일정한 전압을 제공하는 장치) 등 점차 덩치가 큰 장비류로 넘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분야에 대한 기존 지식은 많지 않았습니다. 다만 경영을 하면서 실제 영업을 하면서 관심을 쏟아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한 걸음 나아가 회사가 전기 서보제어기 설계 및 제작, 단순 온오프 제어로 PLC의 접점 용량에 따른 솔레노이드 제어, SCR위상제어에 의한 직류 모터의 위치제어 장치, PC를 이용한 소프트웨어 제어, PCB·UPS·AVR 설계 및 제작 기술 등의 기술을 쌓아가는 데 진두지휘를 성공적으로 해왔다.
박 사장은 “UPS 등 제품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호환성을 강조해 어떤 장비에도 적용이 가능한 제품을 만들어 낸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며 “이 전략으로 수요를 점차 확대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이런 자세로 사업을 꾸준히 키워왔고 대내외적인 인정도 조금씩 받을 수 있게 됐다.
‘전자부품 및 장비 사업을 하면서 스스로가 여자인 것이 득이 됐느냐, 실이 됐느냐’는 질문에 박 사장은 “별 관계가 없었던 것 같다”면서 “그보다는 일에 대한 보람, 성취욕 등이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전자부품업계에는 인덕터·트랜스포머를 생산하는 세진전자통신의 이경자 사장, 전기보온밥솥용 열판 및 인코더(모터의 회전수를 계산하는 부품)를 생산하는 협성사의 최금선 사장, 칩저항기 도금 및 리드와이어 생산업체인 KH전자 차영희 사장 등이 부품업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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