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화.’
SK의 중국시장 전략은 철저한 현지 동화다. 단순히 중국에 자본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현지에서 중국인을 고객으로 중국 사람이 원하는 가치를 제공하고 중국인이 직접 경영하는 ‘중국기업 설립’을 지향한다. SK는 중국에 SK 한국본사와 맞먹는 규모의 제2의 SK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SK의 준비도 철저하다. 중국 정부의 정책에 맞는 사업을 전개하고 중국 사회에 다방면으로 기여하고 있다. 한국에서 약 30년간 운영해 오던 장학퀴즈 프로그램을 지난해 1월부터 중국에 그대로 적용했다. TV를 통해 매주 토요일 방영되는 장학퀴즈는 중국 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또 베이징 중심가인 장안대가의 도서빌딩에 ‘SK장원방 컴퓨터공간’을 개설해 중국의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컴퓨터 및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제2, 제3의 컴퓨터 공간도 마련할 예정이다. 한중 학계 교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이미 중국의 유명 대학 교수들을 한국에 초청해 한국의 학자들과 함께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SK는 한중 수교 이전인 지난 91년 한국기업 최초로 중국 베이징에 사무소를 개설한 이래 13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연간 23억달러의 교역 규모와 20여건의 투자사업을 경영하고 있다.
SK차이나의 목표는 이윤의 재투자를 통한 동북아 3국 지역연대 구축이다. 중국 내 이익을 중국에 계속적으로 재투자해 중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중국과 더불어 발전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동북아 삼국 연대 구축에 민간기업으로서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SK차이나는 현재 중국이 추진하는 과학기술 중시 정책에 발맞춰 SK가 목표로 삼는 21세기 첨단 산업인 정보통신, 인터넷을 비롯해 정밀화학, 생명과학 분야에서 중국과의 합작을 계획하고 있다.
◆인터뷰:시에 청 SK차이나법인장 총재
―중국시장을 간단히 평가한다면.
▲중국시장은 단순한 중국만을 상대로 한 시장이 아니라 세계적인 대기업들과 경쟁해야만 하는 시장이다. 즉 중국시장에서 경쟁해 성장하려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녀야 한다.
―현지화 노력을 소개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의 우수인력 채용과 교육, 훈련을 통한 자기사람 만들기다. 또 중국에서 환영받는 기업이 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본인이 대표에 선임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며 SK는 중국의 우수인력을 선발해 한국 본사에 교대 근무를 시킬 계획이다.
―우리 중소기업들은 중국에 진출하고 싶어도 상당한 제약이 있다. 대기업으로서 중소·벤처기업의 중국 진출시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이 있는지.
▲대기업이 모든 기술을 다 가지고 있을 수는 없다. 필요할 경우에는 중국 현지에서 한국 대기업과 한국 벤처기업이 조인트벤처(JV)를 만드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SK차이나는 자체적으로 마켓리서치 및 컨설팅회사를 설립, 중국진출을 원하는 한국기업들에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생산인프라의 중국이전으로 한국 2차산업의 공동(텅 비는)화 현상이 우려되는데.
▲결국 한국은 2차산업 가운데 고부가가치 중심의 산업구조로 재편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탈리아의 산업구조 재편을 눈여겨 보면 밀라노 지역의 경우 원래는 유럽 내에서 섬유직조공업의 중심지였으나 아시아지역으로 산업이 이전되고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자 밀라노를 섬유산업 내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디자인 및 염색 중심의 산업구조로 전환했다.
―가장 효과적인 한중 협력 관계 모델은.
▲기업의 국적을 논하기보다는 서로가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는 부분을 합쳐 하나의 아시아 기업으로 중국 및 세계시장에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기획, 제품디자인, 응용기술, 서비스, 끝처리, 프로모션, 문화상품 등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고 중국은 기초과학, 대량생산, 가격우위, 국내 및 화교시장 등에서 장점을 갖고 있으므로 이를 잘 혼합하면 경쟁력있는 제품을 중국 및 세계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일본이 이득을 본 부분이 있듯 중국의 경제개발과정에서도 가장 가까운 이웃인 한국이 분명히 그 과실의 일부를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조건이 된다고 본다.
―한국기업의 중국 진출시 고려할 점이 있다면.
▲중국에서는 모든 대외적인 업무를 중국인을 통해 하는 것이 좋다.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한국인이 사는 것보다 현지인이 사는 가격이 훨씬 싸며 협상에서도 상대방의 심리를 완전히 파악할 수 있다. 한국 직원은 주로 큰 전략적 방향을 제시하며 중간단계에서의 비즈니스 개발은 중국 직원이 직접 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다만 재무 등의 관리는 회사 차원에서 철저히 하면서 한국에서의 좋은 사례나 아이디어를 전달해줌으로써 중국 직원이 자신들의 경험에 갇혀 시야가 한정된 문제를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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