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테러 대참사>국내 IT수출 전망

 부시 미 정부의 테러보복이 가시화되면서 대미 수출차질이 불가피해질 가능성이 높고 세계경제도 동반침체에 빠질 우려가 제기되자 정부와 업계가 자구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자구책의 골자는 상황악화에 따른 피해와 함께 미국의 피해복구와 군수시장 신장이라는 특수를 활용해 어떻게 하면 대미 수출타격을 최소화하고 수출다변화를 모색할 수 있을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내 IT산업의 대미 수출의존도가 전체 수출액의 20%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이상 피의 보복에 따른 세계경제 불황도 문제지만 당장 미국경기 침체지연으로 인한 대미 수출타격이 가장 급한 불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IT산업의 대미 수출비중은 전체수출의 28.7%였으며 올 7월까지는 26.0%에 이르고 있다.

 미측의 공항 및 국경폐쇄 조치로 인한 통관지연으로 발생하고 있는 단기적인 수출차질은 어차피 불가피한 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루빨리 미국이 테러범을 색출해내고 정상을 되찾아 폐쇄조치를 해제해주기를 기다릴 뿐이다.

 문제는 미국이 피의 보복에 나선 이후다.

 보복시기가 언제일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국내 IT업계의 최대 호기인 크리스마스 특수를 누리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크리스마스 휴가를 즐기기 위해 1년을 일한다고 표현될 만큼 이시기에 소비가 집중돼 있다. 연간소비의 20%에서 30%가 이때 이루어지는게 보통이다. IT업계는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특수를 놓칠 경우 전체 대미수출 차질액이 적어도 당초 목표의 20% 이상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제품 공급차질은 물론 미국민의 소비심리가 위축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달러화가 약세더라도 다행히 엔화가 강세일 경우에는 경기위축에도 불구하고 미국시장 공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무선전화기가 피랍사실을 알리는 유용한 수단이라는 인식이 심어진 미국인들이 위기대처용으로 무선전화기 구입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반도체·가전·컴퓨터 등이 엔화강세에 힘입어 국산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업계는 달러화가 하락하면 유럽과 중국, 중동, CIS 등지에서 국산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나아질 전망이어서 이 지역 공략확대로 피해를 줄인다는 계산이다.

 달러화 약세는 반대로 유로화 강세로 이어지는데다 타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을 빨리 찾고 있어 시장상황도 다른 곳보다 나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국내업계의 구원처가 될 공산이 크다. 중국은 미국 수출비중이 22%로 아시아권에서는 비교적 낮은 편이라 미국 경기 영향을 덜 받는데다 내수진작을 통한 경제성장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또한 WTO 가입과 베이징올림픽 등 호재가 많아 지구촌에서 가장 시장상황이 좋은 곳으로 꼽힌다.

 중동은 정세불안으로 유가가 상승해 오일달러가 위력을 발휘할 지역으로 기대된다. 왕족 등 현지 부유층을 대상으로 고급제품 수출로 수출감소 충격을 줄일 완충역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CIS는 미국사태의 직접적인 영향권 밖에 있는데다 루블화도 강세를 띨 전망이어서 유력한 니치마켓의 한 곳으로 꼽힌다.

 정부와 업계는 그러나 가장 큰 문제가 자금사정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수출차질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물론 대금회수 지연이나 현지금융조달 등 간접적인 영향도 상당수준에 이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색된 자금흐름을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경영안정자금이나 수출금융 확대 등 자금수혈이 가장 급선무로 떠오르고 있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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