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단상]손끝이 매운 여성과학자

◆복성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손끝이 매운 사람.’

 손재주가 많은 사람을 흔히 ‘손끝이 맵다’고 한다. 한국사람은 옛날부터 손재주가 뛰어났다. 고려자기의 색깔과 문양은 우리 조상의 손끝과 장인정신이 빚어낸 세계 최고수준의 문화유산이다.

 지금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반도체 메모리칩 제조기술은 섬세하고 인내심 많은 한국 여성기능인들의 손끝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기능인들은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나가면 금메달을 휩쓸곤 했다.

 우리 과학계에도 손끝이 매운 사람들이 많다. 지난해 복제소 ‘영롱이’를 탄생시켜서 유명해진 서울대 황우석 교수는 한우 인공수정과 복제연구를 하면서 소의 항문을 통해 수정 등과 관련된 촉진(觸診)을 하는데, 그 결과가 초음파탐지기보다 정확하다고 한다. 이분이 그간 소의 항문에 손을 삽입한 것이 수십만번이 넘었다고 하니 실로 놀라운 집념과 프로정신이 아닐 수 없다.

 생명공학 분야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손끝이 매운 과학자가 필요하다. DNA의 세계, 미생물의 세계는 현미경 수준에서 이루어진다. 자연히 섬세하고 손끝이 매운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한 분야다. 물론 현대과학이 손끝감각에만 의존하지는 않는다. 대규모의 분석기기와 슈퍼컴 등 거대 장비와 고도의 첨단설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인간의 판단과 손끝감각은 기계가 대신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특히 여성인력의 적극적인 활용이 요구된다. ‘21세기 신세계 질서는 바이오테크가 결정한다’던 미래학자들의 예측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 ‘보물섬’인 유전자원을 먼저 정복하는 나라가 선진부국이 된다.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유전자기술 전쟁의 전사는 손끝이 매운 과학자, 특히 여성과학자들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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