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전 인수합병(M&A)을 진두지휘한 피오리나 HP 최고경영자(CEO)와 카펠러스 컴팩 CEO는 나이가 같다. 미국 나이로 올해 46세. 이들이 비슷한 점은 또 있다. 지난 99년 7월말, 비슷한 시기에 각각 HP와 컴팩의 CEO에 취임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많은 ‘차이’를 갖고 있다.
우선 피오리나는 HP CEO 영입 당시 1억달러의 고액 연봉과 함께 이전 근무지인 루슨트에서의 활약 덕분에 미국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카펠러스가 컴팩의 CEO가 됐을 때는 사내외에서 “의외의 인물이 됐다”는 표정이었다. 경영스타일·성격 등에서도 두 사람은 다르다. 피오리나가 적극적이고 드러나는 스타일(high profile)의 ‘여걸’형인 반면 카펠러스는 조용하고 소리내지 않는(low profile) ‘샌님’ 타입이다. 이들의 차이를 설명해 주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2년전 막 CEO에 오른 피오리나는 헬리콥터를 이용해 프랑스 지사를 찾았고 당시 프랑스 직원들은 새 CEO의 헬리콥터 착륙을 위해 건물 주변의 나무를 잘라내는 소동을 벌여야 했다. 뻑쩍지근한 ‘CEO 신고식’이었던 셈이다. 반면 카펠러스는 강당에서 전 직원을 모아 놓고 소리나지 않게 CEO 취임식을 치렀다. 카펠러스가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를 수행한 컴팩코리아 관계자는 “대기업 CEO같지 않은 그의 소탈함에 놀랐다”고 말했을 정도다.
두 사람의 이러한 ‘차이’는 자라온 환경이 한몫하고 있다. 아버지가 법학교수인 피오리나는 스탠퍼드대 중세철학, MIT 공학석사, 메릴랜드 MBA 등 엘리트코스를 달려왔다. 반면 가난한 아버지를 둔 카펠러스는 설상가상으로 어릴적부터 한쪽 눈마저 잘 보이지 않아 남보다 몇배의 노력을 쏟아부어야 했던 그야말로 ‘의지의 미국인’이다. 이렇게 다른 사람이 한 배를 탄 뉴HP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미 최고의 여성 CEO’ ‘가장 닮고 싶은 여성 경영인’ ‘실리콘밸리의 신데렐라’ 등 화려한 수식어(?)를 자랑하는 피오리나에게 더 쏠려 있다.
그녀가 영웅적 CEO로 다시한번 스포트라이트를 받을지, 아니면 비운의 CEO로 끝날지는 순전히 그녀의 깜냥이다. 마침 오늘은 그녀가 47번째 맞는 생일이다. 그녀가 영웅적 CEO로 비상하길 기원하는 마음을 생일선물로 보낸다.
<국제부·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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