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우 파워컴 사장 jw@powercom.co.kr
요즘 정보기술(IT)업계는 온통 우울한 소식뿐이다. 수출시장을 이끌었던 반도체도 그렇고 포화상태에 이른 통신시장 소식도 회색빛 일색이다. 게다가 앞으로 몇년 후에는 우리의 주요 반도체(D램)사업을 중국에 넘겨주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견해도 있고 우리가 비교적 우위에 있다고 믿고 있는 정보통신 분야도 중국에 부분적으로 뒤쳐지기 시작했다는 현실지적이 우리 경제를 어둡게 하고 있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한국의 톱10 일등상품’의 면면을 들여다 봐도 어느 것 하나 마음이 놓이지 않는것이 사실이다. 세계가 두려워하는 존재인 중국이 폐쇄적인 경제 틀을 벗고 힘차게 일어서고 있는 것이다.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는 또 있다. 바로 이웃나라 일본이 비록 경제침체기에 있지만 아직도 막강한 저력을 가진 채 버티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일본의 사이에 놓여있다. 과연 우리 경제의 희망은 무엇인가.
그동안 다국적기업에서 일을 하며 경험한 것을 통해 나름대로의 아이디어를 제시하고자 한다. 여러 국가의 사람들과 만나 며칠 동안 회의 등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계 사람들과 쉽게 형님아우하면서 진한 감정을 쌓게 된다. 그런가 하면 일본사람하고도 아주 잘 어울려 정겹게 지내곤 한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사람은 서로 가깝게 지내지 못하는 것을 본다. 바로 이럴 때 한국사람이 사이에 끼면 삼국의 관계는 부드러워지고 잘 돌아간다. 그러다가 우리가 빠져버리면 두 나라 사이는 다시 소원한 관계로 돌아가버리곤 하는 예를 종종 경험했다. 바로 이점이 우리의 희망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수난의 역사속에서 알 수 있듯 우리는 오랜 세월 중국을 통해 문물을 받아들여 발전시키고 이를 일본에 전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19세기부터 중국이 사회주의로 문을 닫고 경제가 쇠퇴하는 동안 우리는 일본과 더불어 눈부시게 발전해 오늘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중국이 이제 떠오르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를 적극 수용하면서 경제부흥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그 옛날 선조들이 해왔던 중국-한국-일본 순의 신문물 도입의 단계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일본의 선진경제를 우리가 중국으로 가져다주는 역할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중국시장의 빗장이 활짝 열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를 이용해 부를 축적하고 경제강국 일본과 세계강국 중국 사이에서 우리의 역할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단지 인건비가 싸다는 이유로 원천기술이 없는 산업이 너도나도 중국으로 몰려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언제까지 중국이 싼 인건비의 기회의 땅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러 나라가 힘을 겨루며 한편으로 도와가며 살아가는 유럽에서 강국 사이에 끼여 실속을 챙기는 몇몇 나라들의 실찬 모델을 생각해볼 수 있고 2등 전략으로 훌륭하게 기업을 유지하가는 유명기업을 참고할 만하다. 결국 세계의 두 강자 일본과 중국을 인접국가로 둔 것은 우리에게는 두려움이자 기회이다.
마침 ‘한류’ 열풍으로 두 나라에서 한국을 아주 좋아하고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1등만을 추구하는 우리사회에서 2인자라는 말이 어쩌면 부끄럽고 거부감으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좀 더 냉정히 현실을 생각해보자.
우리가 멋지게 생존할 수 있는 길이 1등만을 쫓다가 고단한 3류로 전락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이제 서둘러 범국민적으로 온갖 노력과 지혜를 모아 ‘위대한 2인자’의 철학에 무게를 실어 길을 찾고 다음 세대에 당당히 남겨주자. 그러면 1등 국가의 꿈을 우리 후세에서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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