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산업 재조명](20)비메모리산업 발자취

70년대 말부터 한국전자기술연구소(KIET)를 비롯, 국책 연구기관이 중심이 돼 시작된 국내 반도체 관련 연구개발은 마이크로컴퓨터의 개발 등 처음에는 비메모리에 맞춰져 있었다.

 이를 이어받은 금성반도체가 80년대 들어 Z-80 마이크로컴퓨터를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고 이에 고무된 현대전자도 반도체산업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또 해외 유학파들이 들어와 대학을 중심으로 포진, 화합물 반도체·마이크로센서·반도체 신재료 등 다방면의 연구를 시작하면서 국내에서도 반도체 연구개발 및 생산이 본격화됐다.

 83년 64k D램을 개발, 생산에 들어간 삼성전자도 84년 VTR용 집적회로(IC)를 첫 개발하면서 비메모리 반도체사업을 시작했고 92년에는 현재까지도 주력상품으로 꼽히고 있는 LCD드라이버IC(LDI)를 개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80년대 정부와 산업계가 반도체를 수출주력 품목으로 육성하기로 하고 학계 및 연구기관과 공동으로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연구개발과 투자를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인력면에서나 투자면에서 소외되는 양상을 보였다.

 더욱이 비메모리 분야는 장기적인 기술개발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메모리 반도체처럼 생산기술이나 생산력으로 경쟁력을 제고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좀처럼 결과물을 내기가 어려웠다.

 이같은 지적이 나오면서 90년대 들어 정부는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해 상공부(현 산업자원부), 체신부(현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등을 내세워 산·학·연 연계로 각종 국책과제를 추진하게 된다.

 90년 상공부 공업기반 기술과제로 연세대 주문형반도체(ASIC) 설계연구소 이문기 교수팀이 32비트 명령어축약형(RISC) 마이크로프로세서 개발을 시작했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경종민 교수와 맹승렬 교수는 명령어복합형(CISC)방식의 독자적인 아키텍처 구조에 컴파일러와 디버거, 소프트웨어까지 갖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경 교수는 KAIST 학생들과 함께 체신부 제조업 경쟁력 강화과제의 일환으로 386, 387, 486 등 인텔 호환칩을 4년여 동안 개발, 실제 작동이 되는 386 호환칩을 내놓기도 했다.

 업체들의 노력도 적극적으로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핵심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마이크로컨트롤러를 자체 개발하는가 하면 90년대 들어서는 독자적인 프로세서 기술 개발에도 매진, ‘캄 리스크(Calm RISC)’ 등의 결과물을 내놓기도 했다.

 또 96년에는 스마트카드IC를 개발했고 97년에는 마이크로프로세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컴팩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알파칩 개발 및 생산도 시작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85년부터 LG반도체가 개발해온 각종 MCU코어를 바탕으로 매스크롬·플래시·EEPROM 등을 통합한 MDL(Merged DRAM Logic) 개발에 주력한 한편, 94년에는 정몽헌 회장의 주도로 학계, 연구기관과 펜티엄 호환칩을 개발하기로 하고 수십억원대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업체들은 시장상황에 따라 기술이 빠르게 변해가고 표준기술확보와 마케팅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인 비메모리 반도체사업에서 좀처럼 우위를 점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때문에 98년부터 산자부와 과기부가 공동 추진하고 있는 시스템IC 2010사업에서는 산학연이 연계해 보다 세분화되고 구체적인 기술 접근으로 틈새 경쟁력을 찾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정통부는 IT 시스템온칩(SoC) 센터를 중심으로 시스템반도체 벤처기업 육성과 마케팅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