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B장비시장에 `韓流` 열풍부나](2) 국내 업체의 움직임.

 2000년을 기점으로 세계 PCB 시장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중국 PCB업계는 온통 설비증설로 북새통을 앓고 있다.

 중국 전자 및 전자부품 공장이 밀집한 광둥성은 물론 상하이·쑤저우·쿤산을 잇는 PCB벨트에 몰려있는 900여개의 PCB업체 중 절반 정도가 설비증설에 나서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게 왕용기 중국전자회로협회(CPCA) 지사장의 설명이다. 한마디로 중국 PCB 시장은 빅뱅 전초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설비증설 러시가 진행되고 있는 중국 PCB장비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 될까. 이에 대해 왕용기 지사장은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전제하면서 다만 “오는 2005년경쯤 되면 중국은 세계 PCB 물량의 50%를 공급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이에 대비한 설비투자가 올해부터 본격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의 세계 PCB 시장 점유율이 8%대 정도이므러 앞으로 3년간 중국의 PCB 생산량은 거의 2배씩 늘어나기 때문에 장비 수요 규모는 상당한 금액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중국 PCB장비 시장이 황금 시장으로 떠오르는 것은 사실이나 모든 업체가 향유할 수 있는 떡은 아니다. 왜냐하면 설비증설을 추진하고 있는 대다수 PCB업체들은 양·단면 업체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 이에 대응한 장비업체만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중국 시장 공략을 모색한 끝에 최근 선전에 생산라인을 구축한 에덴기계 이연우 회장은 “양·단면 장비의 경우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대만 PCB업체들도 중국으로 대거 몰려가고 있으나 이들 업체는 대부분 자국산 장비 내지 기존 생산설비를 이전하는 형식으로 투자를 단행, 한국·중국 장비업체가 뚫고 들어가기는 힘든 현실이다.

 결국 국내 업체가 장비를 팔 수 있는 곳은 순수 중국 PCB업체로 한정될 수밖에 없으나 그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지난 10년 동안 국내에 설치된 장비 물량이 단 1년 사이에 들어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PCB업체 관계자들은 “세계 최고의 생산력을 자랑하는 삼성전자·LG전자 등에 제품을 공급한 한국 PCB업체의 기술과 생산장비라면 중국에서는 최고 수준”이라면서 한국 PCB 제조기술 및 생산장비 수준을 자기들보다 한 수 위로 평가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주요 전자업체들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려면 한국 PCB 기술과 장비를 도입하는 게 유리하다는 중국 PCB업체의 계산도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노광기업체인 OTS테크놀러지의 안민혁 사장은 “수년 동안 중국 PCB산업을 예의 주시한 결과, 중국 업체들은 일본 장비보다는 독일 등 유럽 장비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그런데 유럽 장비업체들은 이제 초다층MLB·빌드업기판 등 첨단 PCB장비쪽으로 사업 방향을 선회, 중국 PCB업체가 요구하는 양·단면용 생산장비는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유럽계 장비의 대안 세력으로 대만·한국 및 중국산 장비가 떠오를 수 있는데 대만은 품질보다는 양산성, 즉 자동화 부문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어 인력이 풍부한 중국에는 맞지 않는 장비라는 것.

 중국산 장비는 값이 저렴하나 품질 및 노하우에서 뒤처지고 있어 중국 PCB업체로부터는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경왕전자유한공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결국 중국 PCB업체들이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장비로는 한국산이 매력적이라는 결론이다.

 홍콩 PCB업체인 생익전자에 150만달러 상당의 PCB장비를 공급키로 최근 계약을 맺은 한송하이테크의 신문현 사장은 “한국산 장비에 호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가격을 깎으려고 하는 경향을 보여 계약을 성사시키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중국에서 호평을 받을 수 있는 장비는 반자동이면서 완벽한 품질을 발휘할 수 있는 저렴한 기계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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