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IP장비업체들 속탄다

 

 올 하반기부터 시장활성화가 기대됐던 VoIP 서비스산업이 당초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장비업체들의 어려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본격적인 인터넷텔레포니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기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VoIP 솔루션 개발을 추진해온 업체들은 통신사업자들의 VoIP서비스가 지연됨에 따라 활로모색을 위해 서비스 사업에 진출하거나 사업모델을 바꾸는 등 불투명한 시장상황에 대한 대처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하나로통신, 유니텔, 하이텔 등 서비스업체들이 올해부터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수요가 많지 않은데다 서비스사업자들이 공격적인 마케팅 계획조차 세우지 않는 등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VoIP시장의 활성화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거북이 같은 서비스업체의 움직임=하나로통신(대표 신윤식)은 당초 올 2월부터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이달부터 기업대상의 서비스를 시작했고 오는 9월부터 개인용 폰투폰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그나마 개인용 폰투폰 서비스를 위해 필수적인 1포트용 컨버터 공급업체조차 선정하지 못해 실질적인 개인가입자를 위한 폰투폰 서비스도 예정보다 늦춰질 전망이다.

 유니텔(대표 강세호)은 지난 2월부터 서비스개시를 발표했으나 장비의 호환성 문제 등으로 본격적인 서비스가 늦어져 당분간 백본장비에 대한 수요는 없고 단지 서비스의 활성화에 따른 단말기(CPE) 수요 정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텔(대표 최문기 http://www.hitel.net)도 VoIP서비스 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나 본격적인 마케팅은 주변 업체의 서비스 진행속도에 맞춘다는 입장이어서 장비수요를 촉발하는 데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한국통신(대표 이상철)은 기존 사업자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VoIP 서비스가 PSTN 통신시장 잠식의 기미가 보일 때 서비스에 돌입한다는 입장이어서 아직까지 시험용 장비 외에는 서비스 진행에 따른 장비구매가 없을 전망이다.

 ◇흔들리는 장비업체=올 하반기부터 서비스업체들이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해 폭발적인 수요를 기대했던 중소 솔루션업체들은 서비스 진행속도가 늦어짐에 따라 깊은 시름에 빠졌다.

 VoIP솔루션 패키지 형태로 팔아온 코스모브리지는 호구대책으로 아예 서비스 사업진출을 하겠다고 나섰다. 이 회사는 최종고객에 대한 직접적인 통신서비스는 아니지만 인터넷텔레포니 사업자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 상호접속을 위한 서비스 모델을 추진중이어서 장비업체의 어려움을 뒷받침하고 있다.

 휴먼테크날리지(대표 한인수 http://www.humantel.com)는 하반기시장도 본격적인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 해외시장을 겨냥해 장비판매를 서두른다는 입장이지만 해외시장도 그리 밝은 편은 아니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부터 VoIP 게이트웨이를 발표하는 등 활발한 사업을 추진하던 이브릿지컴(대표 김찬욱 http://www.ebridgecom.com)은 아예 VoIP사업을 접고 PDA생산과 콘텐츠사업에 뛰어들었다.

 중소기업에 비해 자금여력이 있는 LG전자(대표 구자홍 http://www.lge.com)도 올해는 급격한 매출기대는 어렵다고 판단, 오히려 시장선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밖에 기산텔레콤, 브리지텍, 유너스테크놀로지 등 VoIP 업체들은 아직까지 이렇다할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어 밑빠진 독에 물붙기식의 연구개발에 지쳐 있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VoIP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내장비업체들의 품질개선 노력이 우선돼야하지만 앞으로 VoIP가 통신시장을 대체할 미래의 주요 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해 국내 VoIP 장비업체들 육성을 위해 금융지원이나 정부부처 국내 장비도입 등 국가적인 차원의 지원이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