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휴대폰기능 복잡화로 리콜 속출

 【보지 특약=iBiztoday.com】앞다퉈 고성능 모바일 휴대폰을 내놓고 있는 휴대폰업체들이 난데없는 곤욕을 치르고 있다. 모바일 휴대폰의 기능이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고장신고도 함께 늘어나 사후관리(AS) 신청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2위의 휴대폰 생산업체 NEC(nec.com)는 최근 자사 인기 모바일 휴대폰인 ‘N503i’로리콜 위기에 처한 적이 있다.

 NEC의 나카무라 벤 이동통신담당 수석부사장은 일본 최대의 이동통신업체 NTT도코모(ntt.com)에 공급하는 무선 휴대폰의 소프트웨어에 올해 초 결함이 발견된 적이 있다고 최근 시인했다.

 NEC뿐 아니라 일본의 다른 휴대폰업체들도 모바일 휴대폰에 소용량 프로그램 다운로드 기능과 CD 음질의 음악 재생 기능이 채택되는 등 기능이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대규모 리콜 사태를 겪고 있다.

 나카무라 부사장은 “NEC는 경쟁 업체들보다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노하우가 많아 간신히 리콜을 모면했다”고 설명했다.

 NEC가 공급하는 N503i 모델은 신용카드 크기의 컬러 스크린을 통해 인터넷 검색이 가능해 NTT 도코모의 i모드용 휴대폰인 503 시리즈 가운데 최고의 매출을 기록한 제품이다.

 NEC가 생산하는 일부 모델은 진동모드로 전환시 이어폰 스피커가 작동하지 않거나 사전기능을 사용할 때 e메일 메시지와 북마크가 사라지는 오작동을 보였다.

 NTT는 NEC 휴대폰에 이 같은 문제가 있다는 소비자들의 신고가 접수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문제의 휴대폰을 새 제품으로 무상교환해주는 등 수습에 나섰다.

 이 회사는 그러나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데 대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항상 발표를 했지만 이 경우 심각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해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밖에 파나소닉(panasonic.com) 상표로 휴대폰을 판매하는 마쓰시타(matsushita.com)는 지난 1월 파나소닉 P503i 모델 23만대를, 소니(sony.com)는 지난 5월 SO503i 모델 42만대를 각각 리콜 조치했다.

 소니 휴대폰은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무선인터넷 접속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발견됐으며, 파나소닉 휴대폰은 웹사이트 접속 후 배터리가 갑자기 떨어져 전원을 다시 켜면 일부 데이터가 사라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나카무라 NEC 부사장은 리콜을 모면한 배경에 대해 “문제는 결함의 정도”라며 “다른 회사 휴대폰의 경우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등 결함이 비교적 크고 소비자들의 수리비 부담도 만만치 않아 리콜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모바일 휴대폰의 결함이 이처럼 속속 드러나자 지금까지 제각기 개발을 해오던 휴대폰업체들 사이에 공조 움직임이 일고 있다.

 모바일 이동통신의 선두주자인 NTT가 4개월의 시험기간을 거쳐 오는 10월 1일부터 3세대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관련 휴대폰업체들이 공동기술개발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NEC와 일본 최대의 휴대폰업체인 마쓰시타는 지난주 전세계 시장을 겨냥해 공동으로 2.5 및 3세대 이동통신기술을 개발키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나카무라 NEC 부사장은 무엇보다 유럽의 일반패킷무선시스템(GPRS) 휴대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마쓰시타와 손잡았다고 밝혔다. GPRS는 인터넷 접속 방식이 i모드와 유사하면서도 GPRS용 휴대폰 단말기가 부족해 아직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소니와 스웨덴의 에릭슨(ericsson.com) 역시 지난 28일 자본금 5억달러 규모의 휴대폰 합작사를 오는 10월까지 출범시키기로 합의했다.

 휴대폰 기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새로운 해결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일고 있다. 나카무라 부사장은 “휴대폰은 이제 전화기가 아닌 컴퓨터의 경지에 올랐음에도 사람들은 아직 휴대폰을 과거의 검은색 구식 전화기로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2위의 통신업체 KDDI(kddi.com)의 오노데라 다타시 사장은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는 3세대 이동통신서비스가 실현된다면 인터넷을 통한 수리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나카무라 NEC 부사장의 견해는 다르다. 그는 “인터넷을 통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는 가능할지 몰라도 해킹의 우려가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며 “매장으로 직접 찾아가는 게 현명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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