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리눅스 탄생 10년

 【iBiztoday.com=본지특약】 세계적인 하이테크 업체들과 경영난에 처한 첨단 기술업체들이 지난 26일 윈도 운용체계(OS)의 맞수인 리눅스 탄생 10주년을 맞아 축하 행사를 가졌다.

 10년 전 핀란드의 컴퓨터 학도였던 리누스 토발즈가 처음 공개한 이래 공개 OS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리눅스는 IBM(ibm.com), 휴렛패커드(hp.com) 등과 같은 대기업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리눅스가 공개 소스라고 불리는 것은 이 소프트웨어의 소스 코드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대기업의 폐쇄적인 코드와 달리 누구나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VA리눅스(valinux.com), 레드햇(redhat.com), 칼데라(caldera.com) 등 리눅스 발전에 기여한 신생 업체들은 천정부지로 치솟던 주가가 폭락하고 사업 모델 부재로 곤경에 처해 있어 리눅스 10주년 행사를 맞는 기분이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IBM과 같은 대기업은 10억달러의 투자계획을 내놓는 등 리눅스를 소프트웨어 전략의 중심으로 삼고 있는 데 비해 VA리눅스는 핵심 사업을 포기한 결과 상장 당시 320달러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1달러 60센트로 추락한 상태다.

 터보리눅스(Turbolinux.com)의 리 팜 최고경영자(CEO)는 “리눅스는 인터넷과 더불어 성장하면서 인터넷과 동일체인 것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며 “인터넷이 그랬듯이 리눅스 붐도 순식간에 일어났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리눅스의 한계는 리눅스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리눅스 업체들의 사업 모델에 있다고 지적한다.

 시장조사업체 IDC(idc.com)의 댄 쿠스네츠키 분석가는 “대기업들은 리눅스에서 기회를 발견하고 이미 탄탄한 사업모델을 마련한 반면 리눅스로 출발한 많은 중소업체들은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사업모델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레드햇이나 수세리눅스(suse.com)와 같은 일부 리눅스 업체만이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5년간 수십개의 리눅스 업체들이 다른 기업에 인수되거나 파산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했다.

 리눅스 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이해하려면 리눅스 ‘공개 소스’의 성격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업체는 자사 소프트웨어의 소스 코드를 철저히 비밀에 붙이고 있는 데 비해 리눅스의 공개 소스는 프로그래머가 각자 필요에 맞게 변경할 수 있으며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리눅스는 여러 사람들에 공개돼 사용되므로 신뢰성은 높지만 내용이 빈약하다. 최근까지 하드웨어를 개발했던 VA 리눅스와 같은 업체들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불리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쿠스네츠키는 “일부 리눅스 업체들이 부가가치가 높은 하드웨어로 승부하려 했으나 이 역시 지속가능한 모델이 되지 못했다”며 “만약 IBM이 리눅스 시장에 진출한다면 소비자들은 어느 쪽에 관심을 기울이겠는가”고 반문했다.

 기술 분야의 대기업체가 모두 리눅스를 도입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의 크레이그 먼디 부사장은 지난 5 월 “리눅스는 결함 투성이의 빈약한 제품”이라고 깎아내렸다.

 그러나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리눅스 기반 e메일 전송 프로그램인 ‘센드메일’을 개발한 에릭 올만은 “공개 소스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마이크로소프트가 공개 소스를 짓밟는 것이 공개 소스가 안고 있는 유일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분석가들 역시 리눅스가 대형 서버 시장에서만큼은 인기를 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리눅스의 서버 시장 점유율은 지난 99년 24%에서 지난해 27%로 증가했으며 IDC에 따르면 리눅스는 2005년 말까지 서버 OS 시장에서 윈도에 이어 2위를 지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리눅스는 슈퍼컴퓨터 개발에 매우 유리하다. IBM이 미 에너지부와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컴퓨터 네트워크를 리눅스 기반으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휴대폰, 세트톱박스, 지능형 가전제품을 비롯한 소형 기기 시장에서도 리눅스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그러나 리눅스의 발전 가능성이 적은 곳은 PC 시장이다. 쿠스네츠키는 “지난 99년 1.3%였던 리눅스의 데스크톱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5%에 머물고 있는 등 전망이 불투명하다”며 “MS 워드처럼 널리 사용되는 데스크톱 애플케이션을 개발하는 것이 리눅스의 숙제”라고 지적했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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