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프로젝터 조달시장 혼탁

 

 유난히 날씨가 변덕스러웠던 올해 여름을 뒤로하고 이제 가을의 두번째 관문인 처서(處暑)로 접어들었다. 선선한 바람에 늘어졌던 여름의 마음을 다잡아보는 시기지만 국내 프로젝터 업계는 오는 9월이 반갑지 않다.

 프로젝터가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하던 초창기 짭짤한 수익을 거뒀던 프로젝터 업계는 올해 3월 교육용 조달시장에 참여하면서 참으로 힘든 여름을 보냈다. 지난 3월 조달과정에서 업체들간 가격경쟁으로 초유의 저가입찰이 이뤄졌고 이러한 여파가 민수시장까지 이어져 가격시장이 완전히 붕괴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아픔을 겪은 프로젝터 업계 앞에 다시 9월에 2차 조달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아직 조달청의 입찰공고가 게시되지 않는 가운데 벌써부터 업계의 눈치작전은 치열하다.

 특히 상반기에 가격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교육시장에서 밀려난 업체들은 이번에 죽기살기로 붙어볼 심사다. 일부에서는 품질이고 뭐고 간에 가격부터 질러볼 태세며 미리부터 물밑 작업에 들어가는 업체도 보이고 있다. 중국산 초저가 프로젝터가 입찰에 응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가 하면 수입제품은 배제하고 국산 브랜드만 입찰할 수 있게 하자는 기발한 주장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프로젝터는 이제 사무실과 가정에 이어 교육현장에서도 중요하게 쓰이고 있는 품목으로 무조건 낙찰하고 보자는 생각은 프로젝터 업계뿐만 아니라 이를 사용하는 교육시장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끼친다.

 이같은 업계의 추측과 유언비어를 단번에 정리할 수 있는 곳은 역시 조달청이다. 조달청은 지난 3월 조달 실시 후 업체들이 불만을 터뜨린 입찰방식, 업체 로비설, 제품 품질검증 등에 대한 명확한 준비를 통해 주먹구구식으로 덤비는 업체들을 정리했으면 한다. 아울러 업계도 가격 지르기나 의혹을 살만한 밝기(ANSI LUMEN)와 뜻밖의(?) 제품보다는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정확한 모델을 교육현장에 들여 놓아야 할 것이다.

 올 가을에는 국내 프로젝터 업계에도 정말 시원하고 상쾌한 가을바람이 불기를 기대해 본다.

 <생활전자부=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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