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의 농산물 사이버도매시장 건립안이 1년여의 진통끝에 결국 백지화됐다.
이에따라 지난해 8월 4억원의 국고를 들여 삼성SDS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에 컨설팅을 의뢰, 연초 구축방안을 확정했던 농산물 e마켓 구축사업은 ‘없던 일’이 돼버렸다.
굴절된 우리 농축수산물의 유통시장을 전자상거래를 통해 근본적으로 혁신코자 농림부의 젊은 사무관들이 중심이 돼 의욕적으로 추진된 이 사업은 결국 생채기만 남긴 채 끝나버렸다. 추진 초기 의욕을 불태우던 담당 사무관·과장 등도 이미 모두 보직이 변경된 지 오래다.
지난 4월 농협이 자체 e마켓플레이스 구축을 추진하면서 “농림부의 사이버도매시장은 결국 백지화될 것”이라며 자사 e마켓을 중심으로 농산물 전자상거래시장이 재편된다는 반응을 보였을 때만 해도, 농림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농협 단독의 e마켓으로는 말 많고 탈 많은 농산물 유통시장에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논리에서다. 맞는 얘기다. 하나로마트 등 막강한 자체 전국유통망을 보유중인 농협이 e마켓 운영주체로 나설 경우, 다른 대형유통업체의 참여를 담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 농림부는 농협의 e마켓사업 진출을 사이버도매시장 건립 백지화의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중립성이 철저히 보장된 정부주도형 사이버도매시장 건립방침을 천명한 이상, 농림부는 강력한 행정력을 발휘해 깔끔한 사전 교통정리을 선행했어야 한다. 도매법인협회나 중도매인연합회 등 기존 거래관행에 천착돼 있는 각종 이익단체의 사이버도매시장 건립 반대 움직임에도 농림부는 올곧은 대의와 명분을 갖고 대응했어야만 했다.
전자상거래라는 시대의 기회를 맞아 흡사 복마전과 같은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구조의 획기적 개혁을 바랬던 이들은 ‘사이버도매시장 백지화’라는 비싼 수업료를 통해 농림부가 무엇을 보고 배웠는지 궁금해 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의 확대’, 농림부의 올해 농정지표는 이렇게 그 빛을 바래가고 있다.
<디지털경제부·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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