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 파이어니어](35)오리엔트 정민호 상무

 “시계산업의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업계가 B2B에 나서는 것은 긍정적으로 판단됩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IT 인프라조차 미비한 업계가 자칫 B2B를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식의 환상을 가져서는 안될 것입니다.”

 오리엔트의 정민호 상무는 최근 업계가 B2B 시범사업을 통한 e비즈니스 기회 창출에 모든 기대를 걸고 있는 현실에 우려감을 표시했다. 한 기업의 e비즈는 자체적인 업무 프로세서를 개선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정보분석 등 기간시스템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리엔트는 정 상무의 지론에 따라 오프라인 기업들의 무분별한 B2B 참여가 검토되던 지난해부터 기간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업종 최초의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통해 B2B 토양을 마련한다는 계획에서다.

 “우리의 ERP 구축은 우선 국내 시계의 역사로 불리는 대표기업으로서 오프라인 체질개선에 앞장서야 한다는 사명감에 따른 것입니다. 또 최근 몇 년간 시계업계가 불황에 따른 내구성소비재의 매출 감소로 위기에 처한 시점에서 전사적인 시스템 전환을 통해 온라인 성공사례를 만들어보겠다는 의지인거죠.”

 컨설팅 작업을 거쳐 지난 5월 본격화된 ERP 구축작업은 정 상무가 소장으로 있는 기술연구소 주도로 추진되고 있다. 올해 말 완료예정인 시스템 작업에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단지 업종 최초라는 점 뿐만은 아니다.

 시계 B2B 시범사업 추진의 핵심으로 오리엔트의 ERP시스템을 전 시계업종의 통합 ERP시스템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계조합 전 회원사가 참여하는 B2B 시범사업에서 통합 ERP를 마련하는 것은 업계 프로세스 혁신을 가져다줄 것이란 기대다.

 “솔직히 연매출 5000억원 미만의 기업이라면 전산실의 독자운영은 어렵습니다. 특히 요즘같은 e비즈가 대세로 떠오르며 막대한 전산화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 적극 대처할 수 있는 중소기업이 몇이나 있겠습니까. 따라서 우리의 ERP시스템을 업계가 통합 ERP로 활용한다면 투자비 절감과 인프라 구축을 동시에 실현시키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의 이러한 열린 경영 마인드는 업계 B2B사업의 가속화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오리엔트는 조합장 회사인 로만손과 함께 업계 e비즈 창출에 가장 적극적이다. 부품 및 유통업체와도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강조하며 자사 전산실 인원까지 파견시켜 시스템 구축을 도와주고 있다.

 “B2B는 토양마련이 중요합니다. 오리엔트는 시범사업의 일환인 표준화를 지원하며 업계 인프라 개선을 선도할 계획입니다.” 그의 포부가 업종 B2B의 성공사례로 결실을 볼지 주목된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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