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그 회사와 납품 관계를 맺은 지가 어디 한두 해인가요. e마켓을 이용하는 데 회사 규모가 걸림돌이 될 줄은 몰랐죠.”
A사 최고경영자(CEO)가 B e마켓을 찾아와 서비스 이용 의사를 밝히며 털어놓은 하소연이다.
국내 최고 기업으로 알려진 S사의 1차 공급업체인 A사는 절대적인 구매력을 행사하고 있는 관계사가 주도하는 e마켓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A사 CEO는 그 e마켓으로부터 “당신이 우리 e마켓을 이용하려면 아직 더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물론 그럴 만한 이유는 있었다. 매출과 수익을 고려하다 보니 거래 규모를 따지게 되고 또 고객사로 확보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시각적 효과를 따져 ‘이름 있는 대기업’을 우선 챙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훨씬 더 근본적인 데 있다. e마켓에서는 거래시 발행하는 모든 문제를 책임지다보니 납품에 따른 대금결제, 나아가 기업의 부도 가능성을 꼼꼼히 따진다. 이는 다시 말해 기업규모가 작아 여신한도가 낮은 중소기업들이 e마켓을 이용하는 것은 애당초 ‘낙타가 바늘구멍을 뚫고 가는 일’과 매한가지라는 것이다.
최근 은행권에서 나오고 있는 B2B 결제서비스는 e마켓의 이런 부담을 덜 수 있게 해 환영받지만 이 역시 한계가 많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신용보증기금에서 여신한도 평가를 받고 적정 수준의 거래규모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은 결국 기존 거래에서 겪던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마켓의 거래 부진을 수익모델의 오류나 비즈니스모델의 한계에서 찾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지만 현실은 ‘대형 e마켓으로부터 외면받는 중소기업,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져야 할 부담을 해결할 방법이 없는 e마켓’에 더 가깝다.
이 참에 중소기업을 주대상으로 한 e마켓을 지원하는 방안은 불가능할까. e마켓을 통한 비용절감 효과나 B2B를 통한 경쟁력 강화가 중소기업에도 이론이 아닌 현실적 대안으로 선택될 수 있게 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고민되는 때다.
<디지털경제부·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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