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방송>미흡한 신규PP 디지털화

 올해 3월 프로그램공급업자(PP) 등록제 실시로 대거 쏟아져나온 신규 채널들은 대체로 디지털방송을 시급한 현안으로 여기지 못하고 있다.

 신규 PP 중에서도 자금 여유가 있는 사업자의 경우 신사옥 및 설비를 갖추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디지털방송시스템을 구축하는 정도다.

 신규 음악채널인 채널브이코리아(대표 박남성)는 염창동에 신사옥을 마련하면서 전반적인 시스템을 디지털 장비로 구축했다. 이와 함께 올해 채널을 개국한 몇몇 PP들은 장비 도입시 대부분 디지털방송의 본격화에 대비해 디지털 장비 구매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자금조달이 어려운 사업자는 설비 구축 자체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신규 PP들은 채널 운영을 위해 주조종실·부조종실·편집실·방송 스튜디오·송출시설 등을 모두 갖추는 데 최소 20억원 이상을 소요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지난 하반기부터 PP의 송출 대행 업무를 전담하는 디지털미디어센터 설립이 활기를 띨 조짐이었으나 예상보다 사업 개시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디지털위성방송 PP 선정에서 신규 PP들이 대거 탈락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송출 대행 전문업체로 이름난 아루지코리아(대표 김준범)는 최근 서울음악방송·올게임네트워크 등 몇몇 신규 위성 PP와 송출대행 계약을 체결하는 데 그쳤다. 아루지 측은 서울음악방송이 강서구 발산역 부근에 건설 중인 지상7층·지하5층의 신사옥을 종합미디어센터로 꾸미고 향후 10여개 PP들을 입주시키도록 할 계획이다.

 대흥멀티미디어통신·비전플레이닝 등도 사업 개시를 위해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으나 당초 계획보다 사업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위성방송 PP로 선정된 사업자의 대부분이 기존 MPP 또는 지상파 방송사인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까닭에 향후 신규 PP들을 겨냥한 디지털 방송 장비 시장은 급속한 성장을 구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또 당장 올해말 방송을 개시할 위성PP라 하더라도 전체적인 시스템 자체를 디지털 설비로 교체하는 작업을 서둘러 실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PP협의회 관계자는 “위성 PP들은 디지털위성방송에 프로그램을 전송하기 위한 일부 장비만을 교체하고 풀디지털화는 다른 PP들처럼 일단 보류해놓은 상태”라며 “PP들의 경우 디지털화보다는 채널 확보 등 눈앞에 현안에 더 급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체 PP의 입장에서 아직 디지털화를 추진해야 할 매력을 덜 느끼고 있는 이유는 또 있다. 아무리 깨끗한 화질의 디지털방송으로 제작한다고 해도 각 지역 SO들이 아날로그 방식으로 다시 변조해 방송을 내보내기 때문이다.

 또 아직 디지털TV 보급률이 매우 낮아 케이블TV 가입자들이 디지털방송의 참맛을 느끼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신규 참여PP나 복수PP 등 몇몇 적극적인 PP들을 제외하고는 아날로그식 제작을 고수하고 있는 형편이다.

 결국 PP들의 디지털화는 장기적으로 볼 때 SO들이 얼마만큼 적극적으로 디지털방송을 주도해 나가는냐, 디지털TV를 구매하는 일반 시청자들의 수가 어느 정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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