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요. 바쁠 때 짬을 내 다녀와야 제 맛이지, 일이 없어 억지로 노는데 좋을 리가 있나요.”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역군으로 꼽혀왔던 반도체업계 종사자들이 요즘 일손을 놓고 있다. 경기악화와 판매부진으로 주문량이 뚝 떨어지면서 생산량을 줄이느라 원치 않은 휴가를 가고 있는 것.
사정이 더 나쁜 회사들은 전직원이 돌아가며 휴직까지 하고 있다.
물론 불가피한 상황이 인정돼 고용보험 지원으로 기본급여는 받지만 휴가 및 휴직을 해야 하는 직원들의 입장은 착잡하기만 하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황에 다시 기존의 자리로 복귀할 수 있을지도 걱정스럽다.
그런데 요즘 정부와 재계, 노동계는 주 5일 근무제를 통과시킨 이후에도 시행시기 및 방법 등을 놓고 계속 입씨름을 하고 있다. 해묵은 숙제를 푼다고는 하지만 지금의 산업계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이다.
30여년만에 수출실적이 최악으로 떨어졌고 유동성 문제 해결로 회생할 것으로 기대했던 하이닉스반도체도 또다시 자금을 지원해야 할 판국이다. 대표기업 삼성전자도 적자로 전환되고 대다수 기업들은 초저금리에도 투자를 줄이고 있다.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는 인력들이 느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같은 난국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혜안을 모아야 할 시점인데 정부를 위시한 주요 정책입안자들이 상황판단을 못하고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지 않냐는 지적이다.
최근 반도체산업협회는 정부부처 및 지자체 등 컴퓨터를 교환해 공공수요를 일으켜 반도체 경기를 부양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세계 경기가 악화돼 수출이 안되고 있으니 내수 수요라도 활성화시켜 달라는 것이다.
정말 단발적인 발상의 고육지책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를 통해 일말의 기대라도 갖고 싶은 게 현재 반도체업계의 실정이다.
한국경제를 먹여살리던 반도체산업이 왜 이렇게 됐냐는 탄식보다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지속적으로 경쟁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장단기 대책이 시급하다.
<산업전자부·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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