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학회에 한국인 가운데 처음으로 논문을 발표하게 돼서 영광입니다. 특히 이번 논문은 학계와 업계의 힘을 합쳐 만든 성과물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네트워크 관련 학회 가운데 가장 큰 권위를 자랑하는 것은 시그컴이다. 네트워크 분야의 연구인력이라면 누구나 시그컴 논문 발표를 꿈꾸지만 그 기회를 얻는 사람은 1년에 고작 20여명뿐이다. 올해도 300여편의 신청 논문 중 고작 23편만이 발표의 기회를 얻었다.
안철수연구소의 이희조 실장(31)은 한국인 가운데 처음으로 시그컴 논문 발표회장에 서게 된 주인공이다. 이 실장이 발표할 논문은 분산 서비스 공격 방어에 대한 연구. 올 초 야후! 사이트를 마비시킨 해킹수법이나 현재 세계의 웹 서버를 융단 폭격하고 있는 코드레드의 무기가 바로 분산 서비스 공격이다.
“아직까지 분산 서비스 공격을 근본적으로 막는 방법은 없습니다. 혼자서 수많은 공격을 막아낼 수 없기 때문이죠. 제가 연구한 방법은 협력 방어입니다. 공격이 시작되는 근원지부터 공격을 막기 시작해 이중 삼중으로 방어막을 치는 것입니다.”
이번 논문은 이희조 실장 혼자의 작품이 아니다. 그가 미국 퍼듀대학에서 연구할 때 그 대학에서 네트워크를 연구하는 박기홍 교수와 함께 한 연구 결과다.
이희조 실장은 공동 연구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네트워크 연구인력과 보안 연구인력은 서로에 대해 학문을 모르는 실용주의자와 답답한 원칙론자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면 보다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번 논문도 시너지 효과의 전형이다.
“이 기술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개할 계획입니다. 보안 문제는 인류 공동의 적이기 때문이죠. 제가 학교에 남지 않고 안철수연구소를 선택한 이유도 보안에 대한 총체적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입니다.”
이희조 실장은 세계 보안시장을 “절대 강자가 없는 기회의 땅”이라며 “그동안 축적된 백신기술과 네트워크 보안기술을 더하면 안철수연구소가 세계 보안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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