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벤처캐피털의 고민

◆이용성 한미열린기술투자 전무 yslee@hmtic.co.kr

 이제까지 벤처캐피털은 주로 정보통신 분야에 투자했다. 앞으로도 이러한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이나 지금까지처럼 과연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지 그래서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지는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벤처캐피털은 사업의 속성상 사회나 기술발전 추이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면 안되는 직종이다. 바로 그러한 고민은 벤처캐피털의 수익뿐만 아니라 존속 여부까지 결정하는 아주 중대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털이 이제껏 정보통신 분야를 주된 투자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나 다 아는 바이지만 벤처캐피털은 기본적으로 법인 설립 후 7년 이내의 벤처회사에 투자해서 투자기업의 기업공개(IPO) 후 장내에서 주식을 매각하여 얻는 차익금을 주된 수익구조로 삼는다.

 여기서 벤처회사의 의미를 잠깐 살펴보면 벤처란 말 그대로 모험이다. 모험이란 실패할 확률이 성공할 확률보다 훨씬 큰 걸 의미한다.

 하지만 회사는 다르다. 회사는 그 구성 인원에 적합한 매출과 이익이 지속적으로 발생되어야 생존할 수 있는 현실성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벤처회사는 언어적으로 서로 상반된 의미를 갖는 단어의 조합으로, 당장은 자체 생존력을 갖고 있지 않으니 기술력과 비전을 갖고 있는 회사를 의미하고 있다.

 벤처캐피털은 이러한 기술력과 비전은 있으나 자체적으로 생명력이 길지 못한 회사에 양질의 자금을 투자해서 진정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코스닥의 명암과 궤를 같이했던 벤처캐피털의 입장에서 보면 전세계적인 산업의 추세나 국가의 전략 및 기술력 등을 감안하여 성공 확률이 높은 분야, 회사에 선별적으로 투자할 수밖에 없다.

 벤처투자가 실질적으로 활발히 일어났던 지난 3년간을 돌이켜보면 우리나라의 경제·사회 분야에서 성장을 이끌어 왔고 그렇게 예상됐던 분야는 정보통신 분야였다. 정보통신, 이른바 IT 업종은 그 수가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고 세분화되어 있으며 그만큼 시장도 크다. 이렇게 큰 시장과 성장성은 주식시장에도 반영되어 타업종에 비해 비교적 높은 주가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도 사실이다. 벤처캐피털이 투자를 집중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어떠한가.

 예를들어 광통신 장비 제조업체의 경우 백본을 구성하는 고밀도파장분할다중화장치(DWDM) 장비는 기술 발전속도가 너무 빨라 국내 벤처기업으로서는 감히 따라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일부 회사에서 2.5G급 가입자용 전송장비를 개발하고 있으나 가입자망에 2.5G급이 쓰일 날이 언제일지 궁금할 정도다.

 디지털가입자회선(DSL)류의 판매단가는 거의 수익이 나지 않는 수준으로 떨어졌고 업체수도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라우터도 대용량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중소 용량 뿐인데 이 또한 가격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내 최대 장비구매처인 한국통신에서 예산 집행의 효율화를 이유로 장비 단가 및 규모를 대폭 줄이고 있다는 점이다.

 또 높은 주가를 유지하고 있는 보안 분야에 지금 투자해 2∼3년 후에 수익을 낼 수 있을지, 향후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는 IMT2000의 성공 여부에 대한 말이 왜 그렇게 많은지, 큰 시장을 형성할 것 같던 블루투스의 상용화는 왜 이리 더딘지.

 주식시장도 그렇다. 주식시장이 침체되었다고는 하나 그동안 미래 성장가치를 높이 평가, 20∼30 이상의 비교적 높은 PER를 유지하던 통신과 네트워킹 장비 제조업체의 주가가 현재 10 내외의 PER를 유지하고 있다. 등록된 회사 주가가 PER 10 정도면 벤처회사에 투자 시에는 과연 얼마의 단가로 투자해야 평균적으로 실패한 투자를 상쇄하고도 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이제는 좁은 국내시장을 지향하는 것보다는 글로벌 마켓에서 통하는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마케팅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벤처기업도 갖게 되었으니 벤처기업가도 힘들고 이를 선택하는 벤처캐피털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일일이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이 모든 게 요즘 벤처캐피털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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