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업계 자금 조달 비상-닷컴몰락 우려

 ‘벤처프라이머리CBO’ 특수로 지난 상반기 한때 반짝하던 벤처자금 시장이 냉각되면서 인터넷업계에 자금조달 비상이 걸렸다.

 벤처기업이 몰려 있는 인터넷업계는 당초 하반기 경기 호전과 함께 벤처투자 시장이 되살아날 것으로 한껏 기대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국내외 경기침체 국면이 지속되고 자금 시장이 냉각되면서 ‘젓줄’ 역할을 하던 벤처캐피털들이 인터넷 분야에서 등을 돌리고 대신 비교적 수익 기반이 탄탄한 부품·소재, 게임 등 영상 콘텐츠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벤처캐피털은 게다가 신규투자 대신 기존 투자기업에 대한 2차 펀딩과 사후관리에 치중한다고 하지만 기존 1차 투자기업에 관리도 매우 제한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하반기에 예정돼 있던 정부(중소기업청)와의 매칭펀드 조성 계획이 기획예산처의 갑작스런 예산 배정 불가 방침으로 차질을 빚으면서 창투사·신기술금융사 등 벤처캐피털들이 지극히 소극적인 투자 패턴을 보이고 있다.

 창업 3년 미만의 신생 기업들의 상황은 더욱 막막하다. 인터넷 비즈니스가 어느새 비인기종목(?)으로 전락한 데다 매출이 거의 없어 벤처캐피털로부터의 투자유치는 엄두도 못낼 형편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기대를 건 4000억원 규모의 중소·벤처창업자금 배정이 하반기 들어서 사라져 비빌 언덕조차 없어지고 말았다. 기술신용보증기금이 물론 기업은행 자금을 활용한 ‘기술창업보증’이란 명목 아래 최대 5억원까지 보증해주고 있으나 인터넷벤처들에겐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 자금 수혜가 대부분 기술형 제조업 중심으로 흐르고 있는 탓이다. 한 신생기업 사장은 “안 쓰고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소리없이 사라지는 인터넷기업들이 급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통기업의 인수개발(A&D)과 우회등록(백도어리스팅) 붐으로 주목표이던 기존 인터넷기업들도 최근엔 이마저 여의치 않아 상황이 심각해졌다. 금융감독원 등 감독기관이 A&D와 우회등록에 대한 내사에 들어가면서 투자가들이 크게 위축된 탓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기업들은 코스닥 등록과 대규모 투자유치로 자금을 확보한 일부 견실한 인터넷 관련 기업들에 손을 내밀어 보지만 이들도 현상황에서 다른 기업에 투자할 여력은 거의 없어 보인다.

 옥션·라이코스코리아·야후코리아 등 비교적 잘나가는 기업 관계자들은 “투자를 원하는 기업들이 줄을 이으면서 요즘 우량기업 CEO의 책상에는 투자유치 제안서만 수북히 쌓일 정도”라며 최근의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인터넷기업들이 그나마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은 기술신보가 추진 중인 4차 프라이머리CBO 발행. 여기에 수십억달러의 펀드 조성에 성공하며 재기에 나선 소프트뱅크 등 외국계 투자기관과 ‘지금이 바닥’이라며 물밑에서 ‘물건’을 찾고 있는 일부 큰손들이 인터넷업계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들은 “요즘 같은 저금리시대에 제조기업이라면 담보라도 있어 돈을 은행에서 빌릴 수 있겠지만 물적 재산의 입증이 힘든 인터넷 비즈니스에서는 그마저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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